▲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긴 하루가 시작됐다.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지난 2018년 2월5일 '국정농단' 관련 뇌물 제공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된 지 854일 만에 다시 구속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오전 10시1분께 법원에 도착했다. 그는 "불법 합병 관련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는지", "직원들 수사에서 보고받았다는 정황이 있는데 여전히 부인하는지", "3년 만에 영장심사를 받는 심경이 어떤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곧바로 심사장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에 이어 법원에 도착한 최 전 실장과 김 전 팀장은 "삼성의 불법 합병·승계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전에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심사장으로 들어갔다.

▲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도 같은 법정에서 구속심사를 받는다. 김 전 팀장의 경우 위증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10시30분께 시작된 심사는 이 부회장, 최 전 실장, 김 전 팀장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이 방대한 만큼 심사가 종료되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심사가 진행되는 법정 주변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보안 유지에 힘쓰고 있다.

이날 외신들은 이 부회장의 법원 출석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검찰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일제히 경영차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날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첫 구속 당시 "잘 다녀오겠다"며 오히려 걱정하는 삼성 경영진을 다독이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기약 없는 구속수감이 이어지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법인 건우 이돈필 변호사는 "재계 오너나 정치인들이 영장심사 당일 그렇게 당당하다가도 당일 구치소에서 영장 발부 결과를 기다릴 때 극심한 스트레스는 물론 자유박탈에 대한 엄청난 공포심을 느끼는 것 같다"며 "보고있는 변호인조차도 숨이 턱 막힐 지경"이라고 말했다.

▲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일반인보다 구속수감의 고통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며 "상당히 강골로 보이는 사람이더라도 처음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동안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속수감 경험이 있는 그룹 총수들의 말을 빌어보면 십여년 전 일인데도, 요즘도 갇혀있는 꿈을 꾼다고 한다"면서 "이른바 '옥중경영'은 사실상 성립되지 않는 말이 될 정도의 정신상태가 된다. 한 차례 경험이 있는 재계 총수들이 구치소 행을 그렇게 두려워하는 까닭이자 해당 기업들이 '경영위기'를 토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법조계의 시각은 '기각이 될 가능성이 좀 더 높다'라고 보고 있다. 일단은 가장 큰 것은 수사가 오랫동안 장기간 진행이 됐고 관련된 증거들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는 일단 증거인멸의 우려성이 낮다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아마 이재용 부회장 측에서는 그 부분을 굉장히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 기각이 되었을 때 그 이후에 검찰은 어떤 수순을 밟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상황이다. 가령 더 보강을 해서 재청구를 할 것인지, 혹은 그냥 기소를 할 것인지 이 부분은 아직은 미지수라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9일 새벽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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