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정재원 기자] 북한이 남측과 결별을 선언하고 무력 대응을 시사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주민들에게 소개하며 대북 전단 살포에 상응해 "연속적이고 철저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여론전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전문을 게재하고, 대북 전단 살포에 맞선 북한의 상응 조치에 대한 정당성 및 국제사회의 지지를 전하며 대남 강경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이 24시간 여에 걸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잇따라 초강경 대남 압박 메시지를 내면서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불만 차원을 넘어 남북 관계 전반을 긴장 국면으로 완전히 전환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김 제1부부장은 전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우리는 곧 다음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다.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해 대적 사업 연관 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이어 "머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다음 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못된 버릇은 뒈져야만 고칠 수 있듯이 신성한 우리의 최고 존엄을 헐뜯은 천하의 무뢰한, 쓰레기들을 이 세상에서 영원히 매장해 버리고 악의 근원까지도 깨끗이 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인민이 내린 최후의 준엄한 선고"라며 "이 행성 위에 우리 인민의 징벌을 피할 곳이란 있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전날 자정쯤에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북남 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개인 담화를 내고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 사태와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한 내부의 누적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한반도 상황 전반을 다시 군사적 위기 국면으로 몰고가려는 것 같다”며 “현재까지 북한의 조치들을 보면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며, 정부가 이제라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심각한 난국에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 마스크를 착용한 북한 학생들이 6일 평양 청년공원 야외극장에서 남조선 당국과 탈북자들의 대북전단살포 등을 규탄하는 항의 군중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군사도발은 어떤 식으로 나올까

전날 조선일보는 북한이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군사 도발 선택지는 여러가지가 있다. 김 제1부부장은 개성공단 안에 설치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지목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안에 설치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릴 경우, 2014년의 경우처럼 고사총 등으로 풍선을 겨냥해 조준 사격을 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서해상 등의 접경 지역에서 군사도발을 벌이는 경우다. 어업지도선 등을 활용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방식으로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유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사일 발사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할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가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위기감이 확산될 수도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에이태킴스·초대형방사포 등의 전술 미사일 도발 가능성도 있다.

한편 청와대는 14일 새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NSC 상임위는 현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서면 메시지를 통해 전했다.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군사 도발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내는 등 북한이 연이은 대남 비난 메시지를 낸 것을 두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NSC 상임위에는 정 실장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2차장과 합참의장 등도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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