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정재원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 정상 합의를 파기하는 초유의 '폭파'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전날(16일) 남북관계 소통의 상징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김 위원장 뿐 아니라 당과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밝히며 독자적 결정권한이 있음을 시사했지만, 실제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서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1호' 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치국 회의 사흘 전인 지난 4일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물으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폐 등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정치국 회의에서는 농사에 필요한 비료 생산 등을 위한 화학공업 발전과 평양시민 생활 향상 방안 등 민생 문제만을 집중 논의했다.

이 회의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김창섭 전 국가보위성 정치국장 빈소에 조화를 보내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과 조선혁명박물관 개건 사업에 기여한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냈을 뿐,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은 일단 표면적으로 이번 사태의 실마리가 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최고지도자 비난이 금기시되고 '최고의 적대행위'라고 해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설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당사자이기도 하다.

아울러 남북관계가 완전한 파국으로 가더라도 추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남북 정상의 대응'이라는 최후의 보루만큼은 남겨두며 여지를 두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가 16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대통령이 참석하는 전체회의가 아닌 상임위원회로 개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남북관계의 총체적 파국에도 남북 정상 모두 전면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마지막 해결 고리는 남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17일 뉴스1에 따르면 일각에선 김 제1부부장이 '위임' 받은 대남 사업 독자적 결정권한으로 당, 정, 군을 모두 아우르는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백두혈통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각인시키려는 행보의 일환이란 관측이다.

또한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내치와 외치를 구분해 맡는 '투톱' 방식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경제난 정면 돌파전과 같은 내부적 사안에 집중하는 동안 김 제1부부장이 대미·대남 전면에 나서 대응한다는 해석이다.

다만 북한의 통치구조상 여전히 '1호' 최고지도자에게 전권이 몰려있기 때문에 김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섰음에도 김 위원장의 의중 없는 상황 전개는 불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백두혈통 남매의 이같은 역할 분담은, 향후 남북관계가 전환될 경우 김 위원장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 제1부부장이 지난 3월 청와대를 비난하는 담화를 낸 지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힘쓰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를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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