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에서 열린 '시그니엘 부산'의 개관식에 참석, 마스크를 벗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미영 기자] 지난 1월 별세한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유언장이 공개됐다.

약 5년 간 이어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경영권 다툼이 24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공개된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유언장으로 사실상 종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롯데지주에 따르면 최근 신 명예회장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일본 도쿄 사무실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유언장이 발견됐다.

유언장에는 사후에 한국과 일본, 그 외 지역의 롯데그룹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롯데지주는 전했다.

이 유언장은 신 명예회장이 지난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하고 서명해 도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신 명예회장 사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연됐던 사무실과 유품 정리를 하던 중 발견됐다. 유언장은 이후 일본 법원에서 상속인들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봉됐다.

롯데지주는 “롯데그룹의 후계자는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과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은 "진위 여부를 잘 모르겠다"며 반발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이 시기에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 것도 시기가 교묘하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후 이런 내용을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 임원에게 전달했다. 신 회장은 “창업주님의 뜻에 따라 그룹의 발전과 롯데그룹 전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을 7월 1일 자로 롯데홀딩스 사장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이사직만 유지한다.

이날 주총을 계기로 신동빈 회장의 한·일 양국에서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 신동빈 회장은 이미 4월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한 상태로, 7월부터 롯데홀딩스의 회장과 사장, 단일 대표이사 자리를 모두 갖게 됐다.

신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 제출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해임안은 부결됐다. 신동주 회장 측은 해임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해당 사안에 대한 소송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이번 주총이 신 전 부회장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준 것으로 본다. 유언장과 신 회장 단독 대표 취임, 해임안 부결 3연타로 신 전 부회장에게 반격할 만한 카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 힘의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진 상황이어서 신 전 부회장이 지금과 같은 대립 구도를 더 끌고가봐야 좋을 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신 전 부회장은 모두 6차례 신 회장 해임안을 제출해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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