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남
[김승혜 기자] 2016년 한 무명작가가 조영남(75) 씨의 그림을 대신 그렸다며 제보한 '대작 논란‘에 마침표가 찍혔다.

당시 검찰은 조 씨 소속의 갤러리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조씨는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송 씨 등이 자신의 지시대로 밑그림 등을 그리면, 마무리는 조 씨가 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술계에서 큰 논란이 됐다.

이때 조 씨의 검찰 수사가 부적절하다고 나선 이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였. 진 교수는 “핵심은 콘셉트”라며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 씨의 매니저 장 모 씨에 대해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사법자제 원칙'에 따라 조 씨의 그림이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위작 및 저작권 논란이 없는 한 해당 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는 법원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는 취지다.

또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조 씨가 아닌 조수 화가에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은 공소제기가 없는 사건은 심판할 수 없다는 '불고불리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봤다. 검찰은 조 씨를 사기죄로 기소했을 뿐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기에 논란이 된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는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미술작품을 작가가 직접 그렸는지 조수의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조 씨의 친작(親作)으로 착오한 상태에서 구매한 게 아니라고도 봤다.

조 씨는 지난 2016년 화가 송 모 씨 등이 그린 그림을 넘겨받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판매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매니저 장 씨는 조 씨의 작품 제작 및 판매 등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송씨 등이 거의 완성된 그림을 넘기면 조 씨가 가벼운 덧칠만을 한 뒤 자신의 서명을 남긴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 씨는 송 씨 등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밑그림을 그려준 조수에 불과할 뿐이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현대미술의 특성상 조수를 활용한 창작활동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송 씨 등은 조 씨의 창작활동을 돕는 데 그치는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일부 피해자들은 조 씨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진술한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작품의 주요 콘셉트와 소재는 조 씨가 결정했고 송씨 등은 의뢰에 따라 조 씨의 기존 작품을 그대로 그렸다"면서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는 이상, 그 방식이 적합한지의 여부나 미술계의 관행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조 씨와 검찰 양측의 주장을 직접 듣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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