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
[심일보 대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자 주요 외신도 이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그만큼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은 '충격'이요 '이슈'였다.

로이터, AFP, 블룸버그통신등 외신들은 박 시장의 실종 및 수색 과정, 정치 경력 등을 소개했고 일부는 그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AFP는 박 시장의 사망 기사에서 학생운동, 시민단체 활동과 서울시장 경력 등을 조명했다. 또 AP는 박 시장의 인권변호사 활동과 정치 이력 등을 소개하며 "그는 2022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여겨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센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며 박 시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왔다고 전했다.

NYT는 박 시장이 한국 최초의 성희롱 사건에서 승소한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최근 몇년 동안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고 소개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가장 공격적인 지도자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영국 공영 BBC 방송은 박 시장이 북악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며 전 여직원이 박 시장을 상대로 성추행 주장을 제기했지만, 이것이 사망 요인이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외신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박 시장에 대한 평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BBC의 경우 사망 요인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이날 경찰 발표에 따르면 박 시장의 시신은 경찰의 현장감식 절차를 거쳐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오전 3시30분쯤 영안실에 안치됐다.박 시장이 도착하기 전인 오전 3시쯤부터 그의 지인과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응급의료센터 문 앞에 서서 이송차량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차량이 센터 앞에 도착하자 오열하며 “일어나라 박원순”, “사랑한다 박원순”, “미안하다 박원순” 등을 외쳤다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 여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새벽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짧은 추도 메시지를 남겼고 서울시 행정부시장으로 박 시장과 함께 일했던 윤준병 의원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주영 의원은 “박원순 시장님…부디 영면하시길…”이라고 했다.

장경태 의원은 “눈물이 쏟아진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내용의 ‘고도원의 아침 편지’를 박 시장의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김용민 의원 역시 “도저히 믿기 어렵고 슬픕니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과 서울을 위한 거인과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라고 박 시장을 애도했다.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서둘러 가시려고 그리 열심히 사셨나요. 제 맘(마음)속 영원한 시장님…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다.

이같은 추도 물결 속에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사건의 수사도 종결될 예정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는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명시돼 있다.

▲ 10일 새벽 서울 북악산에서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 시신이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가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지난 8일 '최근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제출했다. A씨는 변호사를 대동해 9일 새벽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박 시장 비서로 일하던 직원 A씨는 변호사와 함께 한 경찰 조사에서 비서로 일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박 시장의 성추행이 이어져왔고,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박 시장이 개인적인 사진을 여러차례 보내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박 시장과 나눈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내용을 비롯해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증거도 상당량 경찰에 제출하고, 자신 말고도 더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해졌다.

이 사실을 모를리 없는 박 시장은 이날 오전 검은색 자캣에 배낭을 메고 공관을 나섰다.

박 시장의 머릿속에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출신이자 대표적인 민주진영 정치인으로 헌신성과 도덕성을 강조해 온  자신의 가치, 언행들과 정반대로 배치되는 성폭력 의혹이 불거질 것을 그렸을 것이다. 그리고 수습이 힘들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인권을 강조해 온 박 시장에게 다가올 언행불일치에 따른 사회적 지탄 등은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압박이었을 것이다. 결국 박 시장은 사면으로 죽음을 택했고 어쩌면 그 역시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 자신을 위로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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