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심일보 대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언유착 의혹' 관련 채널A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대해 "KBS와 MBC는 취재원이 누구였는지 밝혀라"라고 주장한데 이어 장문의 '녹취록 독후감' 제하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앞서 진 전 교수는 '부산 녹취록' 전문에 대해 “(KBS와 MBC가) 정치적 이유에서 사안을 무리하게 ‘검언유착’으로 몰고 가다가 역으로 ‘권언유착’의 꼬리를 밟힌 셈”이라며 “KBS와 MBC는 취재원이 누구였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후 "녹취록 다 읽어봤다."며 그간 의혹 제기됐던 상황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반론을 제기했다.

다음은 해당글 전문이다.

독후감 (1) 

녹취록 다 읽어봤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이동재 기자가 공개한 녹취록에 빠진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빠졌다는 그 부분이 유의미한 것이라면 이동재측 변호인의 말대로  애초에 영장에 명시가 돼 있었겠지요. 그런데 명시가 안 된 것으로 보아 무시해도 좋을 내용으로 봐도 될 겁니다. 저 녹취록을 멋대로 해석해 ‘공모의 증거’라고 왜곡을 한 것을 보세요. 그것도 “악마의 편집”의 일부일 겁니다.

결국 이성윤이 ‘사실’이 아니라 ‘해석’에 근거해 영장을 청구했다는 얘기인데, ‘해석’도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실의 경직성(rigidity)이라는 게 있거든요. 한동훈은 명시적으로 유시민에 ”관심 없어.”고 말합니다. 해석을 아무리 주관적으로 해도 이를 바꿔놓을 수는 없습니다. 한 마디로 서울중앙지검의 주장은 ‘한동훈이 관심 없는 사람을 해치기 위해 기자와 공모를 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개소리죠.

해석학에 ‘호의의 원칙’(principle of charity)이라는 게 있습니다. 상대의 주장을 일단은 다 합리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그래도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비판하라는 겁니다. 형사재판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한 사람의 인권이 달린 문제이니까요. 그런데 철학자보다 더 엄격하게 접근해야 할 서울중앙지검의 검사들이 그 녹취록을 ‘악의의 원칙’에 따라 편집했습니다. 사건의 전모를 감추려 한 거죠.

영장에는 한동훈이 신라젠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다중으로 준” 사건으로 규정한 것도, 그가 “그런 사안 같은 경우는 빨리 정확하게 수사해서 피해 확산을 막을 필요도 있”다고 말한 사실도, 유시민에 대해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 정치인 수사도 아니고 뭐.”라고 말한 것도, 그에게 “관심 없어.”라고 말한 것도 고려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몇 구절 뽑아다가 아예 대안적 사실을 창조한 거죠.

이러니 “악마의 편집”이라는 소리가 나오죠. 한마디로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녹취록 전체의 기조를 이루는 사실을 통째로 생략해 버린 것입니다. 예를 들어 축구경기에서 한국이 브라질에  1 : 3으로 패했다고 합시다. 편집을 통해 브라질이 골을 넣는 장면을 골라서 빼버리면 한국이 1 : 0으로 이긴 게 되어버립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하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걸 방송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떠들어댄 거죠.

대체 왜 그랬을까요? 아마 ‘수사심의위’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봅니다. 일단 법원에서 구속영장까지 받아냈는데,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로 의견이 모아지면 피곤하거든요. 그래서 무리하게 방송을 동원해 이를 ‘기정사실화’하려다가 사달이 난 거죠. 그나마 KBS는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라도 했지요. MBC는 강성입니다. KBS가 사과하는 것 빤히 보고도 동일한 왜곡보도를 강행합니다. MBC, 사회적 흉기입니다.

대표적 방송사 두 개가 동시에 움직인 것이 그저 우연은 아니겠지요. 그 일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직접 했을 것 같지는 않고, 그쪽에서 영장을 누군가에게 넘겼겠지요. 그리고 그 누군가가 KBS와 MBC와 접촉해 영장을 넘겨줬을 테구요. KBS는 그걸 믿고 보도했다가 망신당하고, MBC는 어차피 언론이 아니라 친문 선동기구라 언론윤리 따위에 굳이 구애받지 않으니 왜곡인 줄 알면서 보도한 거고.

사실 이 전체 시나리오는 원래 최강욱이 짠 겁니다.  이동재 기자와 사기꾼 지현진 녹취록의 ‘요지’라고 그가 써 올려놓은 것 읽어 보세요. 새빨간 거짓말이잖아요. 그게 원형입니다. 그때 그가 거짓말로 만들어낸 프레임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방향을 결정한 겁니다. 수사 전에 이미 기소는 예정되어 있었던 거죠. 남은 것은 그 거짓말에 사실을 뜯어 맞추고, 언론의 왜곡보도를 통해 기정사실화하는 것뿐.

이게 저들이 세계를 날조하는 방식입니다.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무서운 세상입니다. Moonlighted Kingdom of Korea.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