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김 모씨와 선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소희 기자]   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를 죽음으로 내 몬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이 결국 21일 구속됐다. 운동처방사 안주현에 이어 두 번째다.

채정선 대구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김규봉 감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감독은 최 선수를 비롯한 여러 선수들을 상대로 수년간 폭행과 폭언 등의 가혹행위를 하거나 해외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금품을 가로챈 혐의(폭행 및 사기 등)를 받고 있다.

이날 장윤정 전 주장도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날 조사에서 장 전 주장은 자신이 받고 있는 폭행 등 혐의에 대해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장 전 주장은 추가로 소환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장 전 주장이 지난 5일 경주시체육회에 제출한 A4 용지 3장 분량의 자필 진술서를 보면 "안씨가 선수를 이간질했다"며 "어린 선수들에게는 '두 달 안에 장윤정을 밟게 해준다'고 접근했고 나에게는 '후배들이 싸가지 없다'며 사이를 안 좋게 만들었다"고 적었다.

그는 “명문대를 나온 의사라고 소개한 안씨가 알고 보니 운동처방사 자격증 하나뿐이라 충격을 받았다”며 “(안씨는) 암 투병 중이라며 끝까지 동정심을 자극했다”고도 썼다.

진술서 말미에는 “두 얼굴을 가진 안씨에게 속은 내가 최대 피해자”라고 재차 강조했다.

장 전 주장은 "지난해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 최 선수가 폭행을 녹음한 것을 뒤늦게 눈치채고 자신에게 덮어씌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안씨가 '네가 가해자 1순위'라며 '술을 먹이든 뭘 하든 최숙현의 휴대전화를 바다 깊이 버리라'고 시켰다"며 "두 얼굴을 가진 안씨에게 속은 내가 최대 피해자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 전 주장과 한팀에 있던 전현직 동료 선수들은 "최 선수 가혹행위 핵심 인물 4명 중 장 전 주장이 처벌 1순위다"라고 토로하고 있다.

한편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를 인정한 김도환 선수는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최 선수에 대한 폭행과 관련해 "때리지 않았다고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김 선수는 "김 전 감독이 증거 인멸을 위해 '때린 적 없다고 말해야 한다. 나한테 맞은 적 없다고 얘기하라'고 강요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가혹행위 당사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윤정 주장과 관련한 증언도 나왔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러 선수들은 장 선수가 폭력·폭언·왕따·갑질을 다른 선배들이 동조해 주도했다고 한다"고 지적하자, 김 선수는 "왕따 말고 다 있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이 "김 선수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김 전 감독이 뺨을 때리고, 로우킥 형태로 발을 차고, 술취해 때리거나 '선배니까 대신 맞으라'고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나"라고 묻자, 김 선수는 "네 맞다"고 답했다.

이어 "안씨에게 폭행을 교사해 안씨가 1시간 이상 선수들에 폭행을 가했고, 김 전 감독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맞는가"라고 묻자, 김 선수는 "네, 맞다"고 답했다. 임 의원이 재차 "김 선수는 당시 피해자였는가"라고 묻자, 김 선수는 "네, 맞다"고 했다.

이에 임 의원은 김 전 감독과 안씨를 지목해 "이 둘의 관계는 체육계에서 어느 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생 관계, 미스테리한 관계"라며 "이 사건을 (통해) 들추려고 하면 다 숨어버리는 체육계 폭력이라고 하는 바퀴벌레를 박멸시켜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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