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BBC 캡쳐
[정재원 기자] "이란은 코로나19 발병 당시 진실이 밝혀질까 걱정하고 두려워했다.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과 실업자들이 거리로 나올까봐 무서웠을 것이다"

이란 보건부 관료 출신인 한 전직 의원은 2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날 BBC는 ‘코로나 바이러스 데이터 유출로 드러난 사망자에 대한 이란의 은폐’란 제목으로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통계를 허위로 발표한 사실이 들통났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에 의해 BBC에 제공된 자료에는 이름, 나이, 성별, 증상, 병원에서 보낸 기간의 날짜와 기간, 그리고 환자들이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조건들을 포함하여 이란 전역의 병원들에 대한 일일 입원의 세부 사항들을 적혀 있다.

앞서 이란 보건부는 자국 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만4,405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BBC가 익명의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이란 정부 자료를 보면 실제 사망자는 공식 수치의 약 3배에 달하는 4만2,000여 명이었다.

이 자료에서 이란 내 사망자 수는 미국·브라질·멕시코·영국에 이어 전 세계 5위 수준으로, 현재 월드오미터 집계 순위(10위)보다 다섯 계단이나 높다.

이란 내 누적 확진자 수 또한 공식 수치인 27만8,827명보다 약 2배 많은 45만1,024명으로 나와 있다.

이란은 2월19일 자국 내 코로나19 발병 사례를 처음 보고했지만, 이미 이때는 52명이 이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날짜도 가짜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처음 보고된 날은 올해 1월22일로, 이란 정부가 처음 사망자를 발표한 때보다 약 한 달 앞선 시기다.

▲ 사진=BBC 캡쳐
그렇다면 왜 그 은폐 공작을 했을까?

BBC는 이란이 이렇게 통계를 축소 발표한 배경엔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발병의 시작은 이슬람 혁명 기념일과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2월, 이란 정권은 이미 위기에 처해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인한 반정부 시위와 강경 진압이 계속되고 있었고, 이슬람혁명 기념일과 총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있었다.

국제적으로도 체면을 구긴 시기였다. 1월에는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에 의해 살해당했고, 이란 군이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던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선거에서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정부가 코로나19에 속수무책인 모습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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