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전 장관
[심일보 대기자]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 전 장관은 9일 자신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2019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는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며 검찰 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던 것으로 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성함을 15회 적어놓은 울산 사건 공소장도 그 산물”이라며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절친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참모진이 총동원됐다는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에 문 대통령 이름이 적시된 것이 탄핵 추진을 위해서라는 취지의 발언인 셈이다.

하지만 법무 행정을 관할했던 장관이 근거도 없이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지지층에 결집을 호소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란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라며 “완전히 실성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무슨 탄핵을 검찰에서 하나”라며 “(탄핵은)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를 받아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하게 돼 있다”면서 “대통령은 재임 중에는 소추(공소제기) 당하지 않는다”며 “기소도 못 하는 사건이 탄핵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음모론을 펼치더라도 좀 그럴듯하게 하라”고 비꼬았다.

이날 임찬종 SBS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은 조국을 고발할 것인가?'란 제목의 글을 통해 조 전 장관 발언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임 기자는 검찰청법 개정과 관련, 지난달 28일 법무장관에 권한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권을 갖는 대신 수사 지휘권을 제한받고 검찰총장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갖도록 해 권한을 분산시킨 지금의 제도와 달리, 권고안대로라면 장관이 인사권뿐만 아니라 수사 지휘권까지 지금보다 폭넓게 행사할 수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고려를 해서 수사에 개입하는 경우가 벌어지면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국은 조국을 고발할 것인가?'란 제목의 글은 이날 진중권 전 교수가 공유하기도 했다.

다음은 해당글 전문이다.

조국은 조국을 고발할 것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과 일가를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언론사 기자 및 유튜버, 블로거 등을 형사고소하고,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은 최근 고소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하며 본인 표현대로 "하나하나 따박따박"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민형사 소송 제기가 공인에 대한 일부 허위사실을 포함한 언론보도의 자유 등을 적극옹호한 ‘과거의 조국’  입장과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은 해명했다. 8월 5일에 올린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과거 트위터 글 등을 여런 건 캡쳐해서 첨부하며 “저는 비(非)선거상황에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재재를 가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해왔음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자신 등에 대한 언론보도 및 유튜버의 발언 등에 대해 “하나하나 따박따박” 법적 대응을 하고 있는 ‘현재의 조국’의 행동이 ‘과거의 조국’ 입장과 불일치하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일단 미뤄두도록 하자. 하지만 ‘과거의 조국’이 아니라 ‘현재의 조국’의 입장에서 ‘현재의 조국’의 언행에 대해 어떤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조국 전 장관은 오늘(8월 9일) 페이스북에 “검찰이 ‘피고인’이라는 족쇄를 채워놓았지만, 해야 하는 싸움은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한 달동안 하루 평균 4만 건 이상의 보도가 있었다는 등의 과장된 사실을 포함해 여러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검찰 수뇌부의 정치적 목적성과 관련된 대목이다.

조국 전 장관은 이렇게 썼다.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는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던 것으로 압니다. 문재인 대통령 성함을 15회 적어 놓은 울산 사건 공소장도 그 산물입니다. 집권여당의 총선 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입니다.”

문제는 조국 전 장관이 여기서 ‘의견의 표명’이 아니라 ‘사실의 적시’을 적시하는 방식으로 검찰 수뇌부를 비난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는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던 것으로 안다.”는 것은 검찰 수뇌부가 “작년 하반기 초입”에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총노선을 재설정”했다는 라는 점에서 의견의 표명으로 보기 어렵다. 이어지는 “울산 사건 공소장도 그(=총노선의 재설정) 산물”이라는 문장과 “총선 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는 문장도 의견의 표명이라기 보다는 사실의 적시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가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다.’라는 점, 그리고 ‘울산 사건 공소장도 이와 같은 총노선의 재설정에 따른 산물이며, 이는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는 점이 사실이 아니라면’, 조국 전 장관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만약 작년 하반기 초입에 “검찰 수뇌부”가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총노선을 재설정한 적이 없거나, 울산 사건 공소장이 이와 같은 총노선의 재설정에 따른 산물이 아니거나,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 아니라면 ‘지금 조국’의 기준에 따르자면 형사처벌을 받고, 민사적 책임도 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우종창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 사건과 비교해보자.

조국 전 장관은 우종창 전 월간 조선 편집위원이 2018년 3월경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채널에서 “조(국) 수석이 2018년 1~2월 경 청와대 인근 한식집에서 김세윤 부장판사(박근혜 전 대통령 형사사건 1심 재판장)를 만나 부적절한 식사를 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우 전 위원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비방의 목적을 가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행위를 인정하여 실형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 전 장관은 이후 우종창 전 위원에 대해 1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유는 간단하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 2018년 1~2월 경 청와대 인근 한식집에서 김세윤 부장판사를 만나 부적절한 식사를 한 사실’이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우종창 전 편집위원의 주장은 비방 목적을 가진 허위사실이기 때문에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 논리로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가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한 것이 허위사실이라면, 조국 전 장관 역시 자신이 고소한 우종창 전 편집위원과 마찬가지로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적어도 조국 전 장관 입장에서 이를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형사적 그리고 민사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시 검찰 수뇌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직접 알 수 있었던 사람의 증언이라든가, 당시 검찰 수뇌부의 의사결정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등이 제시된다면 형사적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이 아니라 국가기관, 그리고 개인이나 법인이 아닌 특정 집단의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의 주체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이 적시한 “검찰 수뇌부”는 ‘검찰총장과 전국의 고검장급 검찰 간부’들이라고 해석하든, ‘검찰총장과 대검의 검사장급 이상 참모들’이라고 해석하든, (어떤 경우든 10명이 되지 않는 집단이다.) 국가기관 자체가 아니라 “검찰 수뇌부”라는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들을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집단을 가리키는 집합적 명사를 쓴 경우에도 '그것에 의하여 그 범위에 속하는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하면, 이를 각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대법원 판결 99도5407)

따라서 만약 조국 전 장관의 페이스북 글이 “검찰 수뇌부”의 행동이나 의사결정에 대한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다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조국 전 장관의 말이 진실이 아니고 그렇게 인식할 만한 타당한 객관적 근거도 없을 경우) 악의성 면에서도 ‘조국 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장을 한정식집에서 만났다.’라는 우종창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의 주장보다 ‘검찰 수뇌부가 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총노선을 재설정했고, 울산사건 공소장이 그 산물이다.’라는 조국 전 장관의 주장이 뒤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수뇌부가 여당의 총선 패배를 예상해 총노선을 재설정했고 그 결과로 울산사건을 공소제기했다는 조 전 장관의 주장이 공인과 공적인 사안에 대한 사실적시라면, 조국 전 장관이 형사고소한 결과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판하고 있는 판사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 제기 사건도 (1심 재판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 공인과 공적인 사안에 대한 주장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겠다. 문제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무엇인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이유가 무엇인지이다.

물론 조국 전 장관의 글 내용, 즉,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가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다는 주장이 진실이라면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를 따질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그 자체로 큰 뉴스거리가 될 만한 일이다. 때문에 조국 전 장관이 이와 같은 중대한 문제에 대해 믿을만한 근거가 어떤 것이있는지 반드시 공개해주기를 바란다. 법적 책임을 논하기 전에 일국의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지금도 서울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중대한 사실에 대해 폭로했다면 근거를 제시할 윤리적 의무가 있는 것 아닌가? 조 전 장관이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음모론자들과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오늘 조 전 장관은 총선 직전 심재철 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탄핵 관련 발언 등을 별도의 글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심재철 전 원내대표의 발언이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가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거나. “울산사건 공소장도 그 산물”이라는 주장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증거라고 조 전 장관도 믿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공적인 이슈나 공인에 대한 발언, 그리고 언론사 기자 등의 취재나 보도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조국 전 장관의 말처럼 현저히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막상 피해자 입장이 되면 형사고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를 인정하는 편이고, 따라서 지금의 상황에서 형사고소가 모두 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명예훼손 등에 대한 형사고소/고발이 남용되는 현실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본인의 주장대로라면) “비(非)선거상황에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재재를 가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인물이고, 실제로 “하나하나 따박따박” 민형사조치를 취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가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다는 등의 본인의 글 내용에 대해서도 법적 윤리적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자로서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가 여당의 총선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고 ‘울산사건 공소장도 그 산물’이라는 중대 폭로에 대한 증거를 조국 전 장관이 꼭 공개해주길 바란다.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지금도 청와대와 법무부 요직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조국 전 장관이라면 일개 기자인 나로서는 접근할 수 없는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이 증거를 내놓을지, 아니면 조국이 조국을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고발할지 궁금하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명예를 훼손당한 당사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고발이 가능하다.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본인이 본인을 고발하는 일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대리자가 고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 반의사불벌죄: 피해자의 의사가 없어도 기소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면 기소할 수 없는 범죄. 따라서 피해자가 아니더라고 고발이 가능하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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