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지금은 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대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인데, 어떻게든 가라앉히지 못하면 다같이 유럽의 길(엄청나게 죽었죠)로 가게 됩니다. 우리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인, 최대한 집콕, 외출시 마스크 중무장, 손소독제 수시 사용 등 엄청나게 조심해야 합니다. 현재 수도권에는 완전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부지불식 간에 감염자를 마주하게 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질본 주요 관계자들이 대부분 같이 근무했던 지인들인데, 저 정도로 얘기하는 것이면 거의 두 손 들기 직전입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의사가 SNS에 올린 글이다.

그러면서 그는 " 아마 조만간 병원 병상이 다 동이 날 겁니다. 지금부터는 정말 걸리면 안 됩니다."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신규확진 환자가 400명에 육박한 가운데 수도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도 환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환자 수 자체는 수도권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는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2주 사이 14배 급증했다. 2~3월 대구·경북 유행 당시 확진 환자가 입원을 기다리고 수도권 병상까지 활용했던 경험으로 미뤄볼 때 비수도권 유행 확산은 자칫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162.1명으로 이전 2주간인 지난달 26일부터 8월 8일 당시 12명 대비 150.1명 늘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8월15일 광화문 집회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수도권에서의 확진자 수가 10.2명에서 136.7명으로 13배 이상 급증했다.

확진자 급증은 비단 수도권만의 일은 아니다. 직전 2주간 1.8명 수준이었던 수도권 이외 지역 확진자 수도 25.4명으로 1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397명으로 신규 확진 환자가 400명대에 근접, 수도권에서 297명으로 300명 가까이 증가한 23일 비수도권 확진자도 96명에 달했다(나머지 4명은 공항·항만 검역).

▲ 대구 달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찾은 시민들
이달 1일 기준 역학조사관 수는 중앙 95명, 지방자치단체 61명 등 전국 역학조사관은 156명이 전부다. 2~3월 대구·경북 집단발생 땐 중앙 역학조사관까지 투입해가며 접촉자 조사 속도를 올렸지만, 수도권에서 환자가 급증한 데다 집단발생이 잇따르는 지금 상황에선 이마저 어렵다. 실제 직전 2주간 9건이었던 신규 집단 발생 건수는 최근 2주 30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집에 머물러 달라'는 요청만 4차례 반복했다. 음식점·카페 방문 대신 포장이나 배달 음식을, 체육시설보다 집에서 운동을 권장하고 출퇴근과 병원 방문 등이 아니라면 외출을 삼가 달라는 내용을 브리핑 시작과 말미에 반복했다.

정 본부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핵심 중 하나는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누누이 말씀드린 것처럼 출퇴근이나 불요불급한 그런 모임이 아니고서는 가급적 집에 머물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선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비수도권 확산 연결고리를 끊는 게 급선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에도 '대규모 봉쇄(락다운)' 전략은 없다. 방역당국의 거듭된 '집에 머물러 달라'는 요청은 국민 참여를 통한 봉쇄 전략의 간접적인 표현으로 풀이된다.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의사의 지적처럼 "저 정도로 얘기하는 것이면 거의 두 손 들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당부를 했다.

"유즈센터, 도서관, 놀이터 등 아파트 내 모든 시설은 당연히 폐쇄하고, 엘리베이터에서 각별히 조심하고(참고로 항균 필름 그거 의과학자 관점에서 보면 사기입니다), 외출 자제하고 최대한 집에 머무시길 바랍니다. 학원? 많이들 보내고 있던데, 그러다가 결국 호되게 당합니다. (저흰 안 보내요) 금요장? 제가 보기엔 무모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상가에 가서 물건만 잽싸게 사서 도망치듯 나옵니다. 의사이고 역학조사관 출신인 저도 이제는 무섭습니다.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방역용 마스크 꽁꽁 쓰고 업무만 마치고, 퇴근하면 바로 집에 와서 틀어박혀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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