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서울시 방역 강화 긴급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끝내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남에 대한 비판을 내뱉곤 했지만, 정작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한 평가다. 이 매체는 22일(현지시간) '한국 진보통치자들이 발산한 내면의 권위주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1425년 세종대왕의 어록을 인용하며 문재인 정부가 잘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최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이 정권에 비판 의견을 낸 이들에 대해 이어가는 각종 법적 조치를 거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공직자와 관련해 언론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늘었다”며 특히 지난해 청와대가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칼럼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가 패소한 사례를 들었다. 대통령 순방 일정을 해외 유람으로 묘사한 것이 외교적 결례라는 청와대 주장은 법원 소송전까지 갔지만 결국 청와대가 패소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청와대는 한 보수신문에 실린 칼럼이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정 다툼에 나섰다”고 했다.

이 매체는 또 “정부가 언론에 ‘가짜 뉴스’를 정정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안을 민주당이 최근 발의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 등으로 통일부가 탈북민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 우파 유튜버는 문재인 정부 전직 고위 관료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루머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수감됐는데 이후 조 전 장관은 불명예를 안았다”고도 꼬집었다. 조 전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보수 유튜버 우종창씨의 예를 든 것이다. 국제언론자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지난 19일 ‘취재원을 밝히기를 거부해 수감된 한국 언론인의 석방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우씨의 석방을 요구했다.

▲ 이코노미스트 캡쳐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자세가 운동권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군사독재에 맞서며 자신들을 지금도 ‘약자’로 여기고 반대 측의 ‘표현의 자유’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정권을 잡았지만 좌파들은 약자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매체에 대해서 ‘특정 정치세력의 입’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비판이 일면 곧바로 ‘우리가 피해자’라는 심리가 발동한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치인들이 옛 말을 인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문재인 정부는 세종대왕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1425년 세종대왕이 한 말을 인용했다.

"저는 도덕적이지도 않고 통치에 능숙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하늘의 뜻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제 결점을 찾고 그들의 비난에 대답하게 해 주세요,"라는 말이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4일 페이스북에 이 보도를 번역한 국내 기사를 두고 “외신에서도 뒤늦게 리버럴을 자처하는 정권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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