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지난달 30일 안양 평촌동에서 ‘노래바’를 운영하던 60대 자매가 업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동생은 목숨을 건졌지만, 언니는 끝내 숨졌다. 이들이 운영하던 업소는 방 2칸만 있는 소규모 업소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나 채무에 대한 부담감 등이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소는 지난 5월부터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문을 열지 못했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 512회는 ‘코로나19의 악몽, 사장님들은 왜 벼랑 끝으로 내몰렸나’ 편으로 꾸며졌다. 지난 달 31일 이태원에서 10년 넘게 레스토랑을 운영해오던 방송인 홍석천 씨가 마지막 영업을 했다. 하루 매출 3만 8,000원으로 시작해 한 때는 일대에 9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할 만큼 자영업자로서도 성공했던 홍석천 씨.

금융위기도 넘기고 메르스 사태 때도 잘 버텨왔지만 그에게도 올해는 좀 다르다고 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가게마저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어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는 홍 씨. 그는 왜 자신의 청춘을 바친 가게를 접어야만 했을까.

홍석천 씨는 “정말 최악의 날은 뭐 3만원 찍히고 여기는 월세가 950만 원하는데. 열정을 쏟아서 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공간인데 하나가 사라진다 라는 건  내 인생에서 내 스토리 한 부분이 없어지는 거거든”라고 말했다.

사지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

"코로나19만 안 걸리면 뭐해요, 굶어죽게 생겼는데. 길 건너편에 있는 어린이 놀이방은 폐업했대요."

지난달 28일 낮 12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한식당. 한창 점심 장사로 붐벼야 할 시각이지만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혼밥' 손님 1명이 구석에서 백반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자영업 실태의 전형적 단면이다.

인천 연수구에서 닭요리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업주 박모씨는 "강화된 방역조치로 인해 정말 손님 받기가 힘들다. 단체석까지 완비했는데 배달 매출이 홀 매출을 넘어서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자영업자는 언제든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천 남동구의 호프집 업주 김 모씨(51)는 "이러나저러나 손해를 보는 건 마찬가지라 6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는데 휴업 기간을 늘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빚만 점점 쌓여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는 자영업자들에겐 '생존 위기'이다.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매출이 줄고, 곳곳에서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2차 대유행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가 강화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면서 소상공인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맹사업을 중단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721개로 집계됐다.

지난 6월에만 67곳이 가맹사업을 포기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7.5% 증가한 수치로 파악됐다.

실제 소상공인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매출 지수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분석한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65만 곳의 카드결제 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주(17~23일) 매출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25%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수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기준 지난 6월말 국내 자영업자는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13만8,000명(2.5%) 줄어든 547만3,000명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달 28일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이 사실상 2.5단계 수준으로 강화되며 자영업자 시름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0시부터 오는 6일 자정까지 8일간 음식점과 술집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는 매장 내 음료와 음식 섭취가 금지됐다.

이를 2회 이상 위반할 경우 강력한 고발조치에 들어가게 된다.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발령되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 영업제한 조치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3단계가 시행될 경우에는 10인 이상 모임이 전면 금지 된다. 또 카페와 예식장, 학원 등도 전면 영업이 중단된다.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대 2,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버는 서럽다

"근무 환경이 디지털화되면서 안 그래도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은퇴 후 생활에 대한 고민이 2배로 늘었어요. 첫 직장에서 은퇴하고 매달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 제2의 직업을 찾고 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30년 넘게 몸 담았던 직장에서 지난해 은퇴하면서 '제2의 인생'을 위한 일자리를 찾아나선 A(56)씨는 약 1년 넘는 기간 동안 연거푸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A씨는 대학 졸업을 앞둔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안 그래도 장년층에게 엄격했던 재취업의 문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좁아졌다고 호소한다.

▲ 강남구, 코로나19 극복 '청년알바' 모집
이젠 아르바이트마저…"모집 확 줄어들 것"

서울 관악구 소재 대학을 다니며 인근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하는 대학생 A(26)씨는 "알바 사이트들을 보면 숫자(구인 수)가 적은 것 같진 않다"면서 "조만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마트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는 대학생 B(여·28)씨도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면서도 "며칠 전에 면접도 한번 보고 왔는데, 찾아보니 생각보다는 일이 없는 것 같진 않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천국에 따르면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인 지난 15일 이후부터 최근까지 구인·구직 게시글 수 등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온라인 상에서는 기존에 아르바이트를 해오던 사람들 일부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 이후 강제로 휴가를 받았다는 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프리랜서로 미술학원 강사 일을 하다 최근 일을 쉬고 있는 김수영(여·46)씨는 "미술학원은 자리가 많았는데 다 떨어져 나갔다"면서 "원래 먼저 연락이 오기 때문에 내가 (먼저) 웬만하면 안 넣는데 처음으로 넣어봤다. 그런데 페이가 되게 적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이후 아르바이트 구직 어려움에 대한 여파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파급이 조만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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