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1월 3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재일 조선대학교 장학금과 김복동센터 건립을 위해 각각 5백만 원을 후원한 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복동의 희망 제공)
[김민호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에 머물렀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통장에 매달 정부 지원금이 들어온 직후 전액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길 할머니 통장에서 누가 돈을 인출했으며 그 용처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참여연대 출신 회계사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21일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통장에 매달 들어왔던 서울시 지원금이 "지급되는 족족 누군가에 의해 '현금'으로 출금됐다"며 "4억 원가량 인출됐다"고 21일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수한 길 할머니의 계좌 명세 일부를 공개하며 "국민은행 계좌에서 108번 동안 1억1400만 원이 출금됐다"며 길 할머니가 머물고 있던 마포 쉼터 인근인 '성산동 지점'에서 매번 출금이 이뤄졌다고 했다. 길 할머니는 정의연 사태 뒤 지난 6월 마포 쉼터를 떠나 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또 "누가 빼갔을까요?"라며 "해당 은행 성산동 지점 가서 창구 직원에게 물어보면 금방 대답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08회 거래 중 세 번은 마포쉼터 관계자 통장으로 이체됐다며 "다른 계좌(농협)에선 2억9,500만 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출금됐다"고 했다. 

길 할머니에게 서울시·마포구 등으로부터 들어오는 주거비 등 명목의 350만 원, 65세 이상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30만 원 등을 합치면 매달 입금되는 금액은 380만 원가량이다.

앞서 지난 6월 길 할머니의 아들 황모씨 부부는 지난 6월 검찰조사를 받은 뒤 "이전까지 매달 110만~120만 원 정도 받으시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어머님께 매달 350만 원씩의 지원금이 들어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며 "이렇게 큰돈을 받는 줄 몰랐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길 할머니 통장에서 현금이 빠져나간 사실은 확인했지만, 입증이 쉽지 않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기소에선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정의연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준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마포쉼터 소장 C씨와 공모해 심신장애를 앓고 있는 길 할머니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상금 등 7,920만 원을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다. 
  
윤 의원은 지난 14일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 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에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준사기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할머니의 평화인권운동가로서의 당당하고 멋진 삶이 검찰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을 겪으며 제 벗들과 함께 할머니의 삶을 기억하고 싶어 올린다" 길 할머니가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길원옥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치매 상태의 노인에게 기부를 종용했으면 그건 아니죠. 정상적인 상태에서 했어야 숭고한 거지."라고 했다.

길 할머니는 지난 2015년부터 경증 치매를 앓기 시작해 2016~2017년에는 중증 치매로 진행됐다. 조씨는 "지난 6월 어머니께서 저희 집에 오시고 난 이후에 바로 병원을 갔었는데, 의사가 (어머님이) 90%는 판단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셨다"면서 "치매 노인을 회유해서 (기부하게) 한 것은 숭고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전날 윤 의원이 고(故) 마포쉼터 소장과 공모해 2017년 11월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 원 중 5천만 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했다며 '준사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다음은 김경율 대표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 <그림1>
제가 가지고 있는 할머니 계좌 중 일부를 공유합니다.

그림 1을 보시죠.(페북에는 그림 순서가 위에서 아래로 나타날텐데 맨 위 그림부터 아래로 순서 매깁니다.)

할머니 계좌에 서울시에서 지원금이 지급되는 족족 누군가에 의해 ‘현금’으로 출금이 됩니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매번 성산동 지점에서요. 정대협 쉼터가 있는 곳입니다.

지금 이 계좌가 국민은행 계좌인데요, 총 108회 114백만 원을 출금합니다.

누가 빼갔을까요? 사실 해당 은행 성산동 지점 가서 창구 직원에게 물어보면 금방 대답 나올겁니다. 요즘 세상에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곧바로,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탈탈 털어오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창구 직원은 반드시 기억할 겁니다. 창구 직원들끼리 하다 못해 회식 자리에서도 얘기하겠죠.

여기까지가 검찰의 영역이라면, 계좌를 보고도 추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8회 중 몇 차례 현금 출금이 아닌 대체거래가 있는데요, 아마 방심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현금 출금’은 상당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이후의 행방을 사실상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실까요. 그림 2입니다.

▲ <그림2>
손 모씨에게 보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108차례 중 불과 몇 차례인데 그 중 세 번이 손 모씨입니다. 맞습니다 돌아가신 분.

앞서 기사화됐죠. 할머니 통장에서 돈이 빠진 이유를 묻자, 고인이 무릎을 꿇더라고. 더 이상 추정하는 것은 삼가겠습니다.

이 통장 뿐만 아닙니다. 다른 계좌가 있습니다. 그 계좌에선 295백만 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출금됐습니다. 두 계좌를 합하면 4억이네요.

어디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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