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공정(公正)의 사전적 의미는 공명정대하다의 줄임 말이다. 또 다른 뜻의 공정 (工程)은 일이 진척되는 과정이나 정도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공정이란 무엇이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년의날 연설에서 ‘공정’을 37차례나 언급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전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논란까지 모두 공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다.

다음날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공정을 수차례 강조한 것에 대해 "그간 불공정 사례가 여러가지 있었을텐데, 하나라도 시정하면서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 국민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지나가는 빈말이라도 한마디 하신 후에 공정을 입에 담아야 했다.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한다고 하시면서 왜 정부 여당의 수많은 불공정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는 것이냐"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2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공정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떤 과거의 정부보다도 어떤 정당이나 또 정치 세력보다도 더 철저하게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는 것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제 야당이나 또는 그 지지세력들이 이야기하는 공정을 해치는 케이스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과도한 정치공세적 측면이 강하다”며 “이참에 이런 것들을 다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다 보니까 사례들이 많이 보이는 것이다. 과거에는 드러내놓지조차 않았던 일들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날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러그에 "마당에 산만한 오물이 쌓였는데 부뚜막에 재 쫌 올라갔다고 소리지르고 아우성치는 건 ‘공정’인가?!"라고 반문한 뒤 "진보에 더 큰 도덕성을, 권력 잡은 자에 더 큰 감시는 맞지만, 뭔가 너무 크게 기울어져, 나같은 사람에게도 이상한 상황이라고 느껴지는데...."라고 정치권의 공정 논란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앞서 ‘범죄 프로파일러’ 표창원 전 의원은 한 언론사 칼럼글을 통해 "공정’이라는 이 시대의 화두를 짊어지고 나갈 적임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보수 진영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진보 진영도 우리처럼 타락했고 불공정해’라고 소리 지르는 것밖에는 없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역시 탄핵 이후 형성된 강한 지지층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불공정·불법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에게 ‘진영 방패’를 제공하느라 소모해버린다면 향후 오랜 기간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다. ‘보수 강세’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겨우 형평을 잡아가는 이때, 많은 이들의 고통과 아픔의 대가로 얻은 신뢰 자산을 몇몇 인사를 지키기 위해 소모하면 어쩌면 오래도록 회복하지 못할 상처와 후회로 남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표 전 의원은 한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은, 정치인 개인에 대한 의혹이 ‘진영 싸움’으로 전환되면 거의 자동적으로 동료 정치인이나 우호적인 지식인, 지지자들이 지원 사격에 나서는 것"이라며 "‘우리만 순진하게 당할 순 없다’는 인식이 정치권 전반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우리 정치가 진영 논리에 갇혀 '정의와 공정' 싸움을 계속하는 한 공정(公正)의  공정 (工程)은 요원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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