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훈아
[김승혜 기자] "내가 (관객 없이) 공연을 했다.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뭐가 보여야지."

이번 추석은  '가황(歌皇)' 나훈아(73)로 시작해 나훈아로 끝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추석 연휴 안방 토크의 주인공이 됐다.

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는 전날 오후 10시40분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방송된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은 전국기준 시청률 18.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나훈아의 비대면 콘서트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전국 시청률 29%를 기록한 데 이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나훈아의 15년 만의 방송 나들이로 크게 주목 받았다. 나훈아 콘서트 실황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관객 없이, 온라인 관객 1,000명 만으로 녹화를 했다. 서울부터 제주 등 국내는 물론 일본, 호주, 짐바브웨 등 사전 신청한 세계 곳곳의 팬들이 온라인으로 나훈아의 공연을 보는 방식이었다.

나훈아는 "코로나19 때문에 내가 가만히 있으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고 이번 공연을 연 이유를 밝혔다.

지난 6월부터 제작진과 기획 회의를 해온 나훈아의 공연 기획노트는 그의 생각과 아이디어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7월에 야외 공연을 준비했으나 8월 중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KBS홀 무관중 공연으로 변경됐다. 그럼에도 나훈아는 흔들리지 않고 연습에 주력했다.

나훈아는 "54년째 가수로 살아왔는데 연습만이 살길이고 연습만이 특별한 것을 만들어낸다"며 데뷔 첫 언택트 공연에 도전했고 성료했다.

나훈아는 공연 이후 KBS홀을 다시 찾아 이훈희 KBS 제작2본부장과 대화를 나눴다. 예전에 군대 위문 공연을 갔을 당시 폭우로 마이크가 끊기는 등 열악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 이상한 것 때문에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물음에 끝까지 '가황'다운 초연함을 보였다. "흐를 유, 행할 행, 노래 가, 유행가 가수다. 남는 게 웃기는 거다. '잡초'를 부른 가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부른 가수, 흘러가는 가수다. 뭘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그런 거 묻지마소"라고 답했다.

일흔이 훌쩍 남은 나훈아가 이번 콘서트에서 '젖 무근(먹은) 힘을 다해 노래한' 곡은 28곡. 대형 배를 몰고 등장한 그는 2시간40분가량 쉬지 않고 좌중을 휘어 잡았다.

"우리는 지금 우리는 지금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살고 있습니다. '오랜만입니다'하면서 손도 잡아보고 뭐가 좀 뷔야(보여야) 뭘 하지. 할 거는 천지 빼까리니까 밤새도록 할 수 있습니다. 기타랑 피아노 하나만 올려주면 혼자 하겠습니다"라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입담도 과시했다. 6·25, 70주년을 기억하며 만든 '명자' 등 최근 발표한 신곡들은 잔잔한 울림을 선사했다.

콘서트에서 국민들에게 전한 발언은 대중문화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무개런티로 이번 공연에 출연한 나훈아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다. IMF 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냐. 나라를 위해서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서 팔았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세계에서 제일 1등 국민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말을 잘 따르는지. 미국이나 유럽 보십시오. 긍지를 가지셔도 된다.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 그래서 제가 '대한민국 어게인'이라고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신곡 '테스형'을 부르고 난 뒤에는 "(소크라)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 '세월은 왜 흐르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테스형'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곡은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곡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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