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 중 울먹이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정재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심야 열병식을 개최하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전략무기를 공개했다.

열병식에는 신형 ICBM과 신형 SLBM인 '북극성',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등 전략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이를 지켜본 김 위원장은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평양 광장 시계탑이 이날 0시를 알리자 회색 넥타이에 회색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김 위원장은 28분 동안 직접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태풍 피해 복구 등에 참여한 군인과 주민들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미안하다. 고맙다. 면목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북한)뿐이다”며 “한 명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피해자 없이 모두 건강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면서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 시각도 악성 비루스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인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며 행복한 웃음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인민들의 너무나 큰 믿음을 받기만 하면서 보답 따르지 못해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김 위원장은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인민의 하늘같은 믿음을 자키는 일에 설사 몸이 찢기고 부서진다고 해도 그 믿음만은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무조건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연설 내내 극존칭을 사용하며 주민들을 향해 “미안하다” “고맙다” 등의 표현을 10여 차례 사용했다.

끝으로 딱 한 문장이었지만 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경제 제재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 강화 의지를 밝혔지만 핵은 물론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반면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해 복구 등 삼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민들을 향해선 거듭 미안함과 감사의 뜻을 전하며 내부 결속을 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극복 후 남북 간 대화 여지를 열어놓는 유화적인 메시지도 남겼다.

김정은式 '감성정치' 이후가 궁금해지는 '0시 열병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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