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56)이 검찰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는 상황에 대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주장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지난 8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 남부지검장에 임명됐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라임)와 같은 대형 금융범죄 수사·공판을 지휘했으나 임명 2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 지검장은 남부지검에 오기 전까지 의정부지검장(2020년1월~8월), 창원지검장(2019년7월~2020년1월), 수원지검 안산지청장(2018년7월~2019년7월) 등을 거쳤다. 의정부지검장 역임 당시 박 지검장은 윤석열 총장의 장모 최모씨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박 지검장은 22일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지난 8월11일 부임한 후 라임 사건에 대해 8월31일까지 전임 수사팀과, 그 이후 현 수사팀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많은 사람들에게 1조5,000억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1000억원대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게 본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전 회장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며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박 지검장은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면서 "지난 주말부터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이다"고 전했다. 
 
또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그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위 수사에 대하여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하여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김 전 회장의 '검찰 비리 의혹' 주장에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데 대해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고, 야당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께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하여 검찰총장께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되었으며, 지난 8월31일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도 덧붙였다. 
 
박 지검장은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이 수원지검으로부터 지난 5월25일 서울남부구치소로 이감된 이후 총 55회 소환했다"며 "검사실에서 로비를 포함한 많은 범죄 혐의에 대해 59회 조사하였고, 조사 시 변호인이 총 54회 입회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내용을 담은 문건을 58건 작성해 거의 모든 조사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의정부지검장 시절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야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하였고,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며 "검찰은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검찰청법 제9조의 입법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래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5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시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의견을 개진했다. 그때와 같지는 않지만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박 지검장은 "이번 라임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글 말미에서 박 지검장은 "법은 물 흐르듯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이라며 "검찰은 그렇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그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오지 못했다"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춰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검사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4기 출신으로,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총장과는 한 기수 차이다. 34회 사법시험을 합격했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부산지검, 춘천지검 원주지청, 서울지검, 청주지검, 수원지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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