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경석 원장
대사 증후군은 1988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제럴드 리븐 박사가 ‘ 신드롬 엑스’라는 용어를 처음 쓰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사 증후군이란 한마디로 섭취한 음식이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못하고 지방으로 과다하게 쌓이는 과정에서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 등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고혈압 : 130mm/85mmHg 이상의 혈압
② 복부 비만 : 허리둘레가 남자 90cm, 여자 85cm 이상
③ 낮은 HDL 콜레스테롤 : 남자 40mg/dl,  여자 30mg/dl 이하
④ 높은 중성 지방 : 150mg/dl 이상
⑤ 높은 혈당  : 공복 혈당이 100mg/dl 이상으로 이 중 세 가지를 넘으면 대사 증후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사 증후군에 걸릴 수 있는 위험 요소들로는 나이, 인종(백인보다 동양인이나 흑인), 체지방, 복부 비만, 당뇨병 가족력,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인데 가장 위험한 요소는 곡물 위주의 식단과 설탕이 들어간 음식 섭취다.
 
 대사 증후군과 관련 깊은 호르몬이 바로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혈관 안에 떠다니는 포도당을 세포로 운반하는 화물차 역할을 하는데, 인슐린에 실린 포도당이 세포에 도착하면 세포벽의 문이 열리고 포도당만 들어간다. 인슐린은 어떤 음식을 먹든 분비되지만 지방이 적고 탄수화물이 많은 흰밥, 흰 밀가루, 파스타, 국수, 감자, 옥수수 등을 먹었을 때 가장 많이 분비된다. 
 
문제는 이런 고탄수화물 음식을 자주 많이 섭취하면 인슐린이 포도당을 싣고 와도 세포가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 되는데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포도당 일부는 지방으로 축적되고 일부는 혈관을 떠돌아다니다가 염증을 일으킨다. 당뇨에 걸려 실명하거나, 피부에 궤양이 생기거나, 동맥경화가 일어나는 이유다. 만약 복부 비만이라면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세포 내에는 포도당이 들어오지 않아 모자란 상태가 되어 인슐린을 더 분비하도록 요청하면서 세포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췌장에서는 이미 충분한 인슐린을 분비했는데도 계속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이 상황이 악화되면 나중에 췌장에서 더는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고 포기하면서 당뇨로 발전한다.
 
인슐린은 이런 대사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피부처짐, 여드름, 생리불순, 만성 피로, 성욕 감퇴, 불임, 자궁근종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병원 검사 결과, 당뇨나 대사 증후군에 아직 걸리지 않았다고 판명되어도 곡물 위주의 고탄수화물과 설탕을 계속 섭취하면 나중에 걸릴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중 혈당 관리가 첫 단계다. 혈당은 식후에는 조금 올라가지만 언제나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정상이다. 배가 고플 때 식사하고 나타나는  세 가지 경우를 통해 자신의 혈당이 잘 조절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식후에 에너지가 넘치는 경우다. 이 경우는 공복에 혈당이 너무 낮았을 가능성이 높다. 심하면 손떨림증이나 현기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공복에 혈당이 낮은 이유는 그전 식사에서 혈당으로 빨리 분해되는 음식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식후에 졸음이 오거나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다. 이 경우 역시 혈당으로 빨리 분해되는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음식이 밥, 빵, 면, 떡, 전, 설탕이 많이 들어 있는 음료수나 과자 등이다.
 
세 번째는 식후에 적당한 포만감을 느끼고 이어지는 활동에 별 지장이 없는 경우다. 식전이나 식후에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비록 일반 혈액 검사에서 정상을 나왔다고 해도 처음 두 경우에 해당되면 반드시 식단을 점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첫 번째 증상과 두 번째 증상이 번갈아 나타나기도 하는데 결국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탄수화물을 줄이고 좋은 지방을 적당히 먹는 것이다.
 
대사 증후군은 하루아침에 걸리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질환이므로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할뿐더러 현재 대사 증후군과 관련된 병을 앓고 있다 해도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 스트레스 관리로 치유할 수 있다. 이런 생활 습관을 고치지 않고 당뇨 약이나 콜레스테롤 약을 먹어서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든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약은 이미 망가진 혈관이나 조직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또 약의 부작용으로 몸은 점점 나빠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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