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만에 범인 잡고보니 현직 시의원이 '청부살해'

 
지난 3월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60대 재력가 피살사건의 범인이 넉달 여 만에 붙잡혔다.

이렇다할 단서가 없어 자칫 미궁에 빠질뻔 했던 이번 사건은 현직 서울시의원의 계획하에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수천억원대 재력가 송모(67)씨를 흉기로 때려 숨지게 한 팽모(44·무직)씨를 살인 혐의로, 송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새정치민주연합 김형식(44) 의원을 살인교사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팽씨는 지난 3월3일 오전 0시40분께 강서구 내발산동 송씨 명의의 건물 3층 관리사무소에서 송씨를 둔기로 10여 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송씨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자 친구인 팽씨에게 살해하도록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0~2011년 사이 선거자금 명목으로 빌려 간 5억2000만원을 갚으라는 송씨의 압박을 받자, 2012년말 경기도 부천의 한 식당에서 팽씨를 만나 빚을 탕감해 줄테니 송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했다.

팽씨는 중국을 오가며 개인사업을 하던 중 김 의원으로부터 7000여만원을 빌렸지만 2008년께 부도를 맞았다. 부도 후 사정이 어려워지자 2012년부터는 수시로 용돈을 받기도 했는데, 그 액수가 총 1300만원에 이른다. 

 현직 서울시의원이 '청부살해'…시의회 '패닉', 주민들 '충격'

미궁에 빠질 뻔했던 서울 강서구 60대 재력가 피살사건에 현직 서울시의원이 깊게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에 빠졌다.

빚 상환 독촉에 못이겨 자신의 친구에게 재력가 송모(67)씨를 살해하도록 시켜 놓고선 본인은 지난 6·4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까지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의 기 막힌 범행에 서울시의회 전체가 충격에 휩쌓였다.

동료 시의원은 "사업을 했다가 부도가 나는 등 그럴만한 사유가 없었고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도 들은 바가 전혀 없다. 평소에 의정활동도 잘했고 성실하기까지 했는데 의아하다. 황당무계할 뿐"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같은 당의 한 관계자는 "평소 행실이 올바르고 착실했다. 보좌관 시설때도 예의바르기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믿고 싶지 않다. 우발적 범행이 아니었나 싶다"고 전했다.

김 의원과의 친분이 깊다는 한 의원도 참담한 듯 "장래가 촉망되는 지역 내 젊은 의원이었는데 아직도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대외용' 코멘트 외 반응은 삼갔다.

지역주민들도 자신들이 뽑은 시의원이 저지른 참극에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강서구 인근의 한 아파트 경비원 김모(70)씨는 "요즘 흉흉한 소식만 들려 심란한데, 이번엔 시의원이 청부살해를 했다니 황당하고 섬뜩한 기분마저 든다. 세상이 어찌 돌아갈런지…"라며 혀를 찼다.

내발산동에 위치한 S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유모(20대 초반·여)씨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게 너무 싫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장산역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넉달 전 지역 유지(부자)의 피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자산을 불리는 과정에서 원한을 샀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은 했지만, 청부살해라니 무섭고 놀랍다"면서 "한 동네 주민이 살해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유모차를 끌고 미리내공원을 산책하던 한 주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얘기가 동네에서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이 키우는 주부 입장에서는 더 불안하고 무섭다"고 성토했다.

'청부살해' 김형식 서울시의원 누구

▲ 김형식(44) 서울시의원
빚을 갚지 않으면 선거 출마때 훼방을 놓겠다고 협박한 60대 지인을 친구를 시켜 살해하게 한 새정치민주연합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강서구 제2선거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수도권의 한 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내면서 운동권 계열 학생회를 이끌었다. 대학 졸업 후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보좌관으로 지냈다.

지난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8대 서울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후 도시계획관리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동안 서울시 경관지구 내 건축물의 '층수'와 '높이'로 이중 규제하는 방식을 '높이'만으로 전환해 경관지구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재산권 제약을 해소하는 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 했다.

또 철도운영기관인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전동차를 조립·제작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원안을 가결시키는 등 총 101건의 입법 발의를 할 정도로 의정활동에도 충실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60대 재력가 피살사건이 김 의원의 계획하에 그의 사주를 받은 팽모(44)씨가 벌인 것으로 드러나 야권의 촉망받는 정치 신인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이 났다.

김 의원은 현재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피의자이자 친구인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인데다 관련 증거가 명확해 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직 서울시의원 청부살해 및 경찰수사 일지

지난 3월초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60대 재력가 피살사건의 범인이 넉 달여 만에 붙잡혔다.

다음은 범행 및 경찰 수사 일지.

◇2012년

▲12월 말 경기도 부천 상동의 한 식당에서 팽모(44)씨와 새정치민주연합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이 수천억원대 재력가 송모(67)씨 살해 모의

◇2014년

▲1월 김 의원이 팽씨에게 전기충격기와 함께 범행 도구 구입비 80여만원 전달

▲3월3일 오전 0시40분 강서구 내발산동의 모 상가건물 3층 관리사무소에서 건물주 송모(67)씨 살해

▲3월3일 오전 3시20분 송씨의 부인이 숨진 송씨 발견 후 경찰에 신고

▲3월5일 김 의원 팽씨에게 중국 도피자금 300만원 전달

▲3월6일 팽씨 중국으로 출국·도피

▲3월18일 팽씨에 대한 전국 수배 및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5월22일 중국 심양에서 팽씨 체포

▲6월 초순경 중국 구치소에서 팽씨 2회에 걸쳐 자살 기도

▲6월24일 오전 8시40분 강서구 주거지 앞에서 김 의원 체포

▲6월24일 오후1시5분 팽씨 국내로 압송

▲6월25일 오전 11시5분~낮 12시5분 경찰, 김 의원 강서구 사무실 압수수색

▲6월25일 오후 8시 경찰, 팽씨와 김 의원 영장 청구

▲6월26일 8시20분 남부지법, 팽씨와 김 의원 영장 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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