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진 의장 "후배들에게 해외 진출 '징검다리' 되겠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일본의 '깜짝 등장' 이어 1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운둔형 경영자'라는 수식어에는 맞지 않는 행보다.

당시 일본에서는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가입자 3억 명 돌파 기념으로 기자들만 만났다.

하지만 지난 25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행사에서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500여 명 앞에 서서 40여 분간 직접 특강을 실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의장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한 것은 거의 처음 인 것 같다"며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 '이미지' 통해 국내 규제 이슈 돌파하려는 듯

이해진 의장의 지난해 일본 기자간담회는 성공적이었다. 이 의장은 라인의 글로벌 성공을 알리면서 네이버가 미국, 중국 등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을 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이 의장은 중국 텐센트의 경우 올해 마케팅비용으로 2000억원을 썼으며 내년에는 3000억~4000억원을 책정했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네이버는 연간 순이익 전부를 마케팅에 써야할 판국이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역시 이 의장은 거대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국내에서는 시가총액(약 27조원)으로 10위 안에 들었지만 아직 글로벌에서는 애플, 구글, 텐센트 등 싸워야하는 적이 매우 강하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이러한 메시지 전달을 통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규제 이슈를 돌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토종 기업인 네이버가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지나친 규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의장은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역차별 문제는 지난해만 해도 일방적 시각이었으나 최근 언론에서는 잘 다뤄주고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네이버가 PC에서는 70%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동영상 시장에서는 유투브가 시장 다 가지고 있고 국내 모바일 서비스 중에서는 페이스 북이 광고 매출 상승률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회사는 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점유율 데이터와 매출이 파악이 안되는데 네이버는 데이터가 있어 저희만 타깃이 되고 있다"면서 "PC에서 모바일로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데 어떤 기업들이 영향력 미치고 있고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데이터 베이스로 정확히 파악해 그것을 바탕으로 규제 등이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운둔형 이미지 탈피하고 '상생(相生)' 이미지 강조

이날 제주도에서 이 의장은 본인을 '윙포워드'라고 칭했다. 인터넷 시장을 축구로 비유하면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만드는 사람을 공격수로, 공격수가 싸우는 동안 후방에서 회사를 튼튼하게 경영하는 사람을 '미드필더'로 봤다.

이 의장은 "그동안 최전방에서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였지만 이제는 후배들에게 골을 넣도록 센터링을 올려주는 '라이트 윙'의 역할을 하겠다"면서 "회사를 경영하는 김상헌 대표가 미드필더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 의장은 '운둔형 경영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강의와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 힘썼다. 최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넥슨 김정주 창업자겸 NXC(넥슨 지주사) 회장도 외부 활동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인터넷·게임업계 상황에서 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창업자나 실질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위기 상황일수록 뒤에서 회사를 경영하기보다는 대외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기업 경영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네이버에서도 이해진 의장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독점 이슈로 지난해 큰 홍역을 치룬 네이버 입장에서도 중소기업 행사에서 이 의장이 직접 나와 상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까지는 이 의장의 대외 활동이 네이버에게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주고 있다"면서 "기업의 이익에 한정되기 보다는 앞으로 업계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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