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법적인 표만 계산한다면 내가 쉽게 이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측이 대선 개표와 관련해 제기한 소송은 잇따라 기각되고 있다.
[정재원 기자] 미국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선 개표가 시작된 지난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경합지 10곳 중 8곳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새벽 트위터에 "나는 오늘 밤 성명을 발표할 것이다. 큰 승리!"라며 자신의 승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선 승리 장담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개표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기록적으로 늘어난 우편투표 개표가 진행되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따라잡혔다. 바이든 후보는 투표 다음 날인 4일 오전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에서 역전에 성공하면서 승리의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누구의 손도 들어주기 어렵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스트벨트’의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네소타주와 조지아주, 네바다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6개 주가 아직 승리자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는 이때부터 숨겨왔던 '본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지 않는 한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며 투표의 무결성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합법적 투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 불법적 투표를 계산하면 그들은 선거를 훔치려 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이 침묵하게 두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늦게 접수된 투표”의 개표 중단을 요구하면서 “나는 이미 대규모 승리를 포함해 많은 중요한 주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허위 비방이자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수분 만에 생중계를 끊었다. 
 
뉴욕타임스(NYT)는 “ABC, CBS, NBC 등 미국 메이저 방송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허위 주장을 늘어놓자 화면을 전환시켰다”고 밝혔다. NBC 간판앵커 레스터 홀트는 화면을 끊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많은 허위 주장을 펼치고 있어 여기서 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백악관 출입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고 한다거나 우편투표 개표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CNN과 폭스뉴스는 회견을 끝까지 중계했다. 하지만 중계 뒤 앤더슨 쿠퍼 CNN 앵커는 “우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허우적거리는 살찐 거북이를 보고 있다. 자신의 시간이 끝났지만 그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동료 앵커도 “추하고 애처롭다”고 했다. 친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 앵커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어떤 증거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공영방송 PBS는 회견을 생중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관해 허위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의 자막을 붉은 글씨로 달았다.
 
그는 2016년 11월 9일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빙으로 선거에 당선되기 전 미 법원에 재검표 불허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대선 결과와 관련해 “결코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한 불복 의사를 거듭 밝혔다. 
 
트럼프는 한국시각으로 7일 오전 9시까지 선거인단 264명을 확보해 ‘매직넘버’까지 6명만 남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대통령 당선을 주장해선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조 바이든은 부당하게 대통령직을 주장해선 안 된다. 나도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다”며 “법적 절차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트윗은 바이든 후보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진 저녁 시간대를 앞두고 나왔다. 바이든 후보가 이 자리를 빌어 ‘승리 선언’을 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다. 
 
'내로남불' 트럼프는 오늘도 CNN 기자의 말처럼 미국 대통령의 '추하고 애처로운' 모습을 전세계에 생중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