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면봉이 비강을 훑고 내려가 기도 어딘가에서 바이러스를 세상 밖으로 끌고 나오는 순간 우리는 이름을 잃어버린다. 대신 ‘×××번 확진자’로 불린다."
“회사를 그만뒀다. 그들은 나의 복귀를 두려워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건 역시 당사자들이다. 확진자와 그들의 가족, 친구, 동료들 그리고 의료진까지. 그들의 삶은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확진자들은 확진되는 순간부터 낙인이 찍힌다.
 
완치자들은  바이러스와의 힘겨운 사투를 끝내고 완치 후 사회에 돌아와도 무섭다고, 부주의했다고, 이기적이었다고, 신뢰를 잃었다며 비난을 받으며 교묘하게, 때론 적극적으로 사회에서 또다시 격리된다.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완치됐지만 회복되지 않는 일상에 대해 진솔하게 쓴 책 <코로나에 걸려버렸다>가 네티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글쓴이는 28세의  김지호(28)씨.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더난출판)는 김 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병원에서 50일간 격리 치료를 받고 완치 후 사회에 복귀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전염병 시대의 다양한 민낯을 ‘전지적 확진자 시점’으로 들여다 본 저자는 코로나 검사부터 양성 판정, 보건소 담당자 및 역학조사관과의 통화, 입원, 고열과 인후통, 근육통의 증상까지 숨 막히게 돌아가는 50일간의 투병 생활을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족, 친구, 동료, 의료진에게 느낀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급변한 사회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19개의 글로 담았다. 
 
우리는 코로나 확진자들의 완치 후 삶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저자는 완치 후에도 차별받고 배제된 경험을 통해 좀 더 성숙해져야 할 우리의 의식과 사회적 지원의 사각지대, 그리고 완치자들의 현실을 지적한다. 
 
특히 과격하게 때론 거짓으로 두려움을 부추기고 여론을 편 가름으로써 사회가 삭막해지는 데 일조한 이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자는 우리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리라 낙관한다. 헌신적인 의료진으로부터, 위로와 응원을 아끼지 않은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묵묵히 배려해주는 주변인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들로부터 연대의 희망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통한 전염병 정복에 그치지 않고 연대와 협력을 통해 가능한 한 모든 이들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해야 이 위기가 종식될 것이라고 한다. 
 
끝으로 김 씨는 "이 책을 통해 코로나19로 변해버린 주변을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어떻게 해야 우리가 함께 코로나 시대를 지혜롭게 공존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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