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3일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 강연에서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며 “검찰개혁의 비전과 목표는 형사법 집행 과정에서 공정과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런 고민을 마음 속에 간직할 것을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앞서 윤 총장은 대검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여권의 사퇴 압박 등으로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총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 이날 연수원 앞에는 ‘윤석열(포청천) 밴드 회원 일동’ 명의로 ‘윤 총장은 우리의 영웅이다’ ‘한동훈 검사장 힘내라’ 등이 적힌 화환<사진>들이 세워졌다. ‘망나니 추미애 추방’ 등 추 장관을 비난하는 문구도 나왔다.
 
중국 송나라 때 개봉부지부(開封府知府)라는 기관이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지금의 '검찰청'과 같은 곳이다.
 
우리가 TV등 드라마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포청천은 여러 관직을 거쳐 개봉부 수장이 돼 부당한 세금을 없앴으며, 부패한 정치가들을 엄정하게 처벌하였다. 그로인해 청백리로 칭송되었으며, 병사 후 예부상서(禮部尙書)에 추증되었다. 
 
이날 화환을 보낸 '윤석열(포청천) 밴드 회원'은 아마도 윤 총장을 포청천으로 여기는 듯 싶다. 
 
지난해 7월, 윤석열은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전임 문무일 총장과 역시 5기수 차이가 있는 기수파괴 인선이었다. 문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민주당과 여권 인사들은 '청렴' '대쪽' '강직' 등의 이미지를 부각하며 윤 총장을 띄워주기 바빴고, 문 대통령도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청렴한 검사’에서 "역대 최악의 총장"으로 여권의 평가가 바뀌는 데는 불과 몇 개월 걸리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단행하면서다. 여권에서 비토기류가 형성됐고, 추미애 전 장관은 인사권을 통해 조 전 장관 수사의 중추이자 윤 총장의 측근인 검사들을 콕 찍어 지방이나 한직으로 좌천시켜버렸다.
 
급기야 24일 오후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묵인'하에 추미애는 윤석열에게 직무정지를 통보했다. 
 
이날 김근식 교수는 "'막가파' 장관의 '망나니' 춤이 격렬해질수록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며 "추미애 장관이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발표 이전 대통령께 보고했고 대통령이 별말이 없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했거나 '묵인'했음을 의미한다"며 "그동안 추-윤 대결에서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요구했음을 감안하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를 용납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비겁한가"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정의와 법치를 책임지는 법무부와 검찰의 두 수장이 이러는데 대통령은 숨어서 아무 말이 없다, 이건 나라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법무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도 대통령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그대로 하라'고 재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일이 이렇게 말 없이 할 일인가"라며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아니냐)"고 했다. 나아가 "징계·직무정지 사유가 있다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서서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이지만 이러한 잘못이 있어 해임합니다'고 말하고, 임기를 보장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이 지면 된다"고 했다.
 
25일 신문 1면엔 '헌정 초유' '차도살인' '망나니 춤' 등 자극적 단어가 난무하고 법무부 장관이 임기가 보장된 헌법기관인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일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유례가 없던 '폭거'라는 사설까지등장했다. 급기야 ‘부마항쟁’ 각오하고 있는가?라는 칼럼까지 등장했다.
 
필자가 이 시간 떠 오르는 단어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이제 문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왜 해임해야만 하는지 말을 해야 한다. 지금은 '문재인의 시간'이 아니라 '국민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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