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변호인측이 공개한 문건 첫 페이지
[김민호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을 문제 삼은 가운데, 윤 총장 측이 논란이 된 문건을 26일 전격 공개했다.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총 9쪽으로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법관의 활동, 성향이나 취미, 세평 등 판사의 구체적인 정보가 다수 포함됐다.
 
문건은 지난 2월26일 작성됐다. 특별수사 관련 사건으로는 4건, 공안수사 관련 1건, 기타로는 2건과 1팀 관련 보고가 이뤄졌다.
 
비고란에는 판사들의 출신, 주요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이 적혀있다. 한 재판장의 경우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라는 세평과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함" 등의 평가가 적혀있다. 한 차장의 처제라는 등의 가족관계도 포함돼 있다.
 
앞서 성상욱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는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으로 자신이 이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개된 문건에는 재판부 13곳의 재판장과 배석판사(주심판사)의 출신, 주요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이 담겨있다. 
 
공개된 첫 번째 재판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로 재판장은 김미리 판사다. 김판사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일부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김미리 부장판사와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출신학교는 ◯◯여고, ◯◯대 법학, 주요판결은 '성추행 보도 기자 무고 및 명예훼손' 사건 1심 무죄 선고, 성추행 사실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 전교조 법외노조철회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 4명에 각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19, 경찰관에 2~3주 상해 가한 사안, 검사 실형 구형), 대학시절 시위참가 전력으로 군무원 채용시험 최종합격 취소된 원고가 공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소송 원고승소판결이라 적혀 있다.
 
세평난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 함,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재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스타일, ◯◯◯ 2차장의 처제라고 적었다.
 
또 다른 재판부 분석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A 재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언행이 부드럽고,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한다.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준다.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적었다.
 
B 재판장은 검찰에 적대적이지는 않으나 증거 채부결정 등에 있어 변호인의 주장을 많이 들어주는 편, 변협 우수법관으로 2회 선정된 것으로 판단이라고 적었다. 배석판사에 대해선 존재감이 없다라고 평했다. 
 
C재판장에 대해선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평가했다.
 
D 재판장은 단호한 쟁점 정리 등 그립감이 센 모습을 보였으나, 정식공판기일이 되자 당황하는 듯한 기색과 함께 피고인 측의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고 기재했다. 특히 해당 재판부의 배석판사에 대해선 "재판에서 존재감이 없다. 법원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이라고 기재됐다.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이라고 밝히며 "휴일 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E 재판장은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해놓기도 했다. 문건에는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형소법 규정에 따라 꼼꼼하게 재판을 진행하나 무리한 주장은 상당 부분 배척하는 등 다른 재판장에 비해 검찰이 대응하기 수월하다"고 기재됐다.
 
F 재판장은 학창 시절 농구 리그에서 활약했다는 사적인 내용도 기재됐다. 문건에는 "법관임용 전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 리그에서 활약. OO대 법대 재학 당시부터 농구 실력으로 유명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윤 총장 측은 문건을 공개하면서 "사찰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 보자는 생각"이라며 "사찰이라는 말은 가치평가 적인 단어다. 어떤 행위가 사찰인가에 대해서 기준도 있어야 하고, 상식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들도 담당하는 사건의 재판과 관련해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재판부 성향을 파악한다"며 "검사들도 마찬가지로 공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그러한 내용을 알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업무자료를  개인정보가 있다고 해서 다 사찰이라고 하면, 사찰이라는 말을 너무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한편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의 비위 혐의 중 하나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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