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김민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 감찰을 맡았던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파견검사가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고서에 기재했지만, 이것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삭제됐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양심선언은 이정화(41·사법연수원 36기) 대전지검 검사가 29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이정화 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윤석열) 총장님에 대한 여러 징계 청구 사유 중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은 감찰담당관실에서 제가 법리검토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건 기재 내용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며 "감찰담당관실 검사들에게도 검토를 부탁한 결과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아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리검토 내용은 위와 같았지만 문건 작성자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내용을 어떤 경위로 얻었는지 알 수 없어, 지난 24일 오후 5시20분께 문건 작성 경위를 아는 분과 처음 접촉을 시도했다"고 언급했다.
 
이 검사는 "그 직후 갑작스럽게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저도 성상욱 부장님이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어봤는데,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부분만 제 추정과 달랐고 대부분 내용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의뢰를 전후해 제가 검토했던 내용 중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내용상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감찰담당관실에서 누군가 추가로 저와 견해를 달리하는 내용으로 검토했는지 여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가 작성한 보고서 중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검사로 근무하는 동안 과오를 지적받은 사건도 있고 결재권자와 의견이 충돌한 적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과 논의는 법률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목적하에 이뤄진 것이란 믿음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 사실과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에 비춰볼 때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초 파견 명령을 받아 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제가 가졌던 기대, 즉 법률가로서 치우침 없이 제대로 판단하면 그에 근거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더이상 가질 수 없게끔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이 검사의 이같은 양심선언으로, 법무부는 윤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무리하게 내부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 내부에선 "삭제한 이와 지시한 이 모두 직권남용, 공용서류손상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양심선언을 한 이 검사를 공익신고자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법무부는이 검사의 글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엄격히 적용돼 무죄 판결도 다수 선고되는 등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이 그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써 그 작성을 지시하고 감독 책임을 지는 검찰총장의 직무상 의무위반에 해당해 징계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 관해 이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까지 확보된 재판부 성향 문건 이외에도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수 있는 등 신속한 강제 수사 필요성이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이정화 검사 글 전문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파견 근무 중인 대전지검 이정화 검사입니다. 
 
파견 명령을 받았을 때 감찰담당관실에서 해야 하는 업무의 성격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이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선에서 늘 밤늦게까지 야근을하면서 실수 없이 사건을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동료 선후배 검사들이 그러하듯 법률가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사건을 보고 어느 곳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를 검토하면 그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법적으로 올바른 판단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총장님에 대한 징계사유로 거론된 여러 의혹들 중 일부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였기에 제가 관여하지 아니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법률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절차는 정해진 규정과 규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며 조사의 범위와 대상 또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 보도자료에 적시된 총장님에 대한 여러 징계청구사유 중 가장 크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은 감찰담당관실에서 제가 법리검토를 담당하였습니다. 문건을 접하고 처음으로 법리검토를 시작하여 그 후 한 차례 수정할 때까지 감찰담당관실에서 확인한 내용은 문건의 전달 경로가 유일하였지만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판시한 다수 판결문을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 위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에게도 검토를 부탁한 결과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았기에 그대로 기록에 편철하였습니다.
 
법리검토 내용은 위와 같았지만 문건 작성자의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는 '물의야기법관리스트' 부분은 사법농단 사건의 수사기록에 등장하는 내용이고 어떠한 경위로 그러한 내용을 지득하였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2020. 11. 24. 17:20경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을 시도하였고, 그 직후 갑작스럽게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저도 성상욱 부장님이 검사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어보았는데, '물의야기법관리스트' 부분만 제 추정과 달랐고 대부분의 내용이 일치하였습니다.
 
급기야 그 다음날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청구 결정에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직후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을 지시하였다는 이유로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가 이루어졌습니다.
 
수사의뢰를 전후하여 제가 검토하였던 내용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내용상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고, 감찰담당관실에서 총장님에 대한 의혹사항에 관하여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누군가가 추가로 이 부분에 대하여 저와 견해를 달리하는 내용으로 검토를 하였는지 여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가 작성한 보고서 중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부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되었습니다.
 
검사로 근무하는 동안 제가 처리한 많은 사건들 중에 결재권자로부터 저의 과오가 있는 것으로 지적을 받은 사건도 있었고,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결재권자와 의견이 충돌한 적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과 논의는 법률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목적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한번도 이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14년간 검사로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그러한 의심을 할만한 상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된 사실과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에 비추어 볼 때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적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당초 파견 명령을 받아 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제가 가졌던 기대, 즉 법률가로서 치우침 없이 제대로 판단하면 그에 근거한 결정이 이뤄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끔 만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직업적 양심과 소신에 따라 제 의견을 밝힐 필요성이 있을 때는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올바른 결정과 판단을 내리기 위해 늘상 기록과 씨름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검사들 중 한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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