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 위해 신원 확인받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정재원 기자] “지난 7월 백신 태스크포스(TF)팀이 가동될 때는 국내 확진자가 100명 정도라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가 20일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한 말이다.

이어 정 총리는 “확진자가 엄청나게 많아 상황이 급한 나라들은 방역으론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백신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우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너무 급하게 만든 백신이라 그런 나라들에서 사용하는 걸 봐가면서 쓰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또 정 총리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환자가 많은 나라는 다국적 제약사의 백신 개발비를 미리 댔다”며 “(제약사들이) 개발비를 댄 나라와 그냥 구매하는 나라 사이에 차등을 둘 것이기 때문에 국내는 (백신 도입이) 늦어진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내년 초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임시사용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빠르면 2월, 늦어도 3월에는 접종이 시작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은) 1분기에 순차적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백신 배포가 늦어진 이유와 일정을 설명한 자리지만 정부가 그동안 “6월 말에 백신TF를 가동하고 백신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믿은 국민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이날 김근식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야말로 '백신 후진국'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정 총리 "내년 2월 백신접종···화이자·모더나, 1분기 어렵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30개국이 접종하고 있는 화이자, 모더나는 빨라야 내년 후반이나 되어야 우리는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초 접종한다는 아스트라제네카는 FDA 승인없이 우리나라 자체승인으로 강행한다는 건데요. 불안감에도 백신주권 강조하며 국뽕 접종하려는 거냐?"고 쏘아 붙였다.

21일(현지시간) CNN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앞서 14일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화이자 백신을 승인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연내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리셴룽(李顯龍ㆍ68)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내년 3분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백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모든 국민과 장기 거주자에게 백신이 무료로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는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환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전 국민에게 접종할 백신을 확보하며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한 상태다. 오는 28일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다소 완화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국면에서 주목 받을 수 있던 건 선제적인 백신 확보 노력과 장기간에 걸친 투자가 맞물린 결과다. 백신 배포 일정조차 안개속인 한국과 너무도 대비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싱가포르가 백신 확보와 접종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처럼 확진ㆍ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오히려 싱가포르의 확진자 수는 8월 이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유입 사례를 제외하면 신규 감염이 제로(0)에 가깝다.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가 적음에도 발 빠르게 화이자 백신 확보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미국 모더나와 중국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포함, 여러 백신 후보에 대해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도 조기 지불한 상태다. 이를 위해 10억싱가포르달러(약 8,180억 원)라는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했다.

리 총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부터 정부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러 제약사들과 임상시험 및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계약했고, 일부는 싱가포르 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 언론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닷새 연속 1,000명 넘게 나오며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여전히 백신 확보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한국의 상황과 너무도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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