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시니낫이 실검에 등장했다.
시니낫은 태국판 장희빈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육군간호대 출신인 시니낫은 왕실 근위대에서 일하다가 국왕의 눈에 들어 지난해 7월 ‘왕의 배우자(Chao Khun Pra·후궁 격)’에 책봉됐다. 국왕과는 33세 차이가 난다.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23일 '왕의 배우자(Chao Khun Pra·조선 왕실의 후궁 격)'인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의 모든 지위를 박탈한지 10개월 만에 복권했기 때문이다.
방콕 포스트와 BBC 등에 따르면 와치랄롱콘 국왕은 해당 칙령에서 시니낫은 어떠한 범죄 혐의도 무죄이며 애초부터 지위가 박탈되지 않은 것처럼 취급돼야 한다고 했다. 와치랄롱콘 국왕의 칙령은 지난달 29일 왕실 관보에 게재됐고 이날 언론에 공개됐다.
와치랄롱콘 국왕은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을 지녔던 선왕과 달리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왕세자 시절 잦은 이혼 경력, 낭비벽, 금융 스캔들 개입설 등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지난해 5월 즉위했다. 그는 대관식에 앞서 타이항공 승무원 출신 수티다 와찌랄롱꼰 나 아유타야(41) 근위대장과 결혼식을 올리고 그를 왕비로 임명했다. 이후 두달 만인 같은해 7월 자신의 생일에 시니낫을 태국에서 절대군주제가 폐지된 이후 100년 만에 왕의 배우자로 임명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태국 왕실은 당시 두쪽 분량의 성명에서 "시니낫이 왕실의 전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국왕에게 반항했다"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왕실의 명령을 빙자해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채웠다"고 지위 박탈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야심에 이끌려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면서 "시니낫의 행동은 국왕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것으로 국가와 왕실의 위엄을 훼손시켰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22일 영국 더 타임스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시니낫이 2012에서 2014년 사이 직접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나체사진 1,000여 장이 태국의 군주제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영국 언론인 앤드루 맥그리거 마셜에게 보내졌다.
마셜은 페이스북에서 "수십 장은 매우 노골적인 사진들"이라며 "시니낫이 국왕에게 보내기 위해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니낫의 복권을 방해하기 위해 이 사진들을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국 왕정을 비판한 후 기소돼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 태국 학자도 이같은 사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왕의 정부와 그의 아내인 왕비 사이의 경쟁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와치랄롱콘 국왕은 시니낫의 지위를 박탈한지 이틀 만에 '극도의 악행(extremely evil)'을 이유로 왕실과 군 고위 관리 6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태국 왕실은 이들의 해고와 시니낫을 직접 연관짓지는 않았지만 외신들은 이들의 몰락을 하나의 사건으로 묶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