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민 블로그 캡처
[정재원 기자] '조국흑서'를 공동집필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SNS 절필을 선언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게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서 교수는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전부터 그런 말씀(SNS 절필)을 해왔지만, 막상 그가 떠난다니 앞이 캄캄했다"며 이같이 속내를 내비쳤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이후 문재인 정권을 비판해 온 진보 논객인 진 전 교수는 서 교수,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강양구 과학전문기자와 함께 이른바 '조국흑서'(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공동 집필해 최근까지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여권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이어왔다.
 
이날 서 교수는 "조국사태가 전 국민을 갈라놓던 작년 가을, 난  희대의 위선자가 버젓이 장관직에 오르고, 또 수많은 이들이 그를 옹호하는 것에 분노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던 그때, 내 눈에 들어온 분이 바로 진중권이었다."며  "유시민과 황석영 등등 내가 존경해온 지식인들이 모두 위선자의 수하로 들어가버렸던 터라, 홀연히 나타나 저들이 가짜라고 말해주는 그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로부터 얼마 안돼서 난 진중권과 함께 '조국흑서'를 집필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2017년 말 채널A <진격의 거인>이라는 프로에 같이 출연한 적이 있지만, 2년 만에 다시 만난 진중권은 그 자신이 '진격의 거인'이 돼 있었다. 그의 지도하에 훗날 조국흑서팀이라 불리게 될 우리들은 대한민국을 조선시대로 돌려놓으려는 자들과의 싸움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조국흑서 공동 저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독수리 5형제가 아니라 진공주와 4난쟁이에 더 가까웠다"며 "그래서 진중권이 SNS에 글을 그만 쓰겠다고 했을 때 우린 가슴이 철렁했다"고 썼다.
 
끝으로 서 교수는 "진중권은 페이스북에 '내 싸움은 끝'이라며 SNS를 떠났지만 정경심 구속이 과연 끝인 걸까"라고 반문한 뒤 "진보의 재구성은 정권 교체 후에 하면 되니 돌아와주면 안돼요?"라고 복귀를 촉구했다.
 
▲ 서민 블러그 캡쳐
다음은 해당글 전문이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든든했습니다....나 대신 열심히 싸워줘요. " 정경심이 4년형을 받은 날, 진중권 샘-이하 진중권-은 조국흑서 단톡방에 위와 같은 글을 올렸다. 이전부터 그런 말씀을 해왔지만, 막상 그가 떠난다니 앞이 캄캄했다. 
 
조국사태가 전 국민을 갈라놓던 작년 가을, 난  희대의 위선자가 버젓이 장관직에 오르고, 또 수많은 이들이 그를 옹호하는 것에 분노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던 그때, 내 눈에 들어온 분이 바로 진중권이었다. 유시민과 황석영 등등 내가 존경해온 지식인들이 모두 위선자의 수하로 들어가버렸던 터라, 홀연히 나타나 저들이 가짜라고 말해주는 그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명쾌한 논리에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그의 글은 나뿐 아니라 많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포탈의 많이 본 뉴스 1-10위 중 7-8개는 늘 진중권의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안돼서 난 진중권과 함께 '조국흑서'를 집필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2017년 말 채널A <진격의 거인>이라는 프로에 같이 출연한 적이 있지만, 2년 만에 다시 만난 진중권은 그 자신이 '진격의 거인'이 돼 있었다. 그의 지도하에 훗날 조국흑서팀이라 불리게 될 우리들은 대한민국을 조선시대로 돌려놓으려는 자들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우리의 전투는 이런 식이었다.
 
진중권: 자, 다음 목표는 저기다! 모두 나를 따르라!
흑서팀: 네! (라고 얘기하며 그자리에 있다)
진중권: 왜 아무도 안따라와? 에이, 나 혼자 하자. 
 
그렇게 진중권이 적을 다 섬멸하고 나면 우리는 전장에서 적들이 흘리고 간 전리품을 챙겼다. 
 
강양구: 오, 이 칼 쓸만한데? 내가 가질래. 
권경애: 이건 내가 가져야지. 안그래도 투구가 낡았었거든. 
서민: 아니, 이건 그 유명한 김남국? 이건 내가 가질 거야. 
김경율: 이봐, 손 떼라고. 김남국은 내가 가질 거야.
서민: 왜 이래? 먼저 맡는 게 임잔데. 퍽.
김경율: 어? 쳤어? 현피 한번 뜰까?
 
사람들은 우리가 전리품을 산더미처럼 안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우리 역시 실제 전투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착각했다. <조국흑서>가 출간된 8월 이후에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해져, 기사에서 진중권 말고 우리 이름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전투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건 여전히 진중권이었기에, 우리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독수리 5형제가 아니라 진공주와 4난장이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진중권이 SNS에 글을 그만 쓰겠다고 했을 때, 우린 가슴이 철렁했다. 
 
우리: 아니, 갑자기 왜요?
진중권: 적진으로 뛰어들 거야. 오마이뉴스에 갈 건데, 거기서 어려운 작업을 시작할 거야. 다소 이론적인....
 
그게 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진보의 토양을 만들려는 게 아닌가 막연히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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