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정 양의 그림이 있다
[신소희 기자] 입양된 지 열 달 만에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 충격적인 학대를 저지른 양부모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5일 MBC가 공개한 양부모가 재작년 7월 정인이를 데려오며 입양기관에 냈던 '에세이' 내용과 수사기록에 따르면 자신들의 '친딸'을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양엄마인 장 모 씨는 "남편과 연애시절부터 입양을 계획했으며, 종교적인 믿음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적었다. 
 
하지만 장씨는 친딸의 영어 공부 모임이나 가족 식사 모임 때 정인이만 혼자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 두고 온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정인이의 눈과 귀에서 진물이 나오는데도 친딸과 함께 놀이터에 데리고 나왔다"는 지인의 진술도 확보했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던 양엄마 장 씨는 입양을 하면서 정인이의 새이름을 두고 맘 카페에서 투표를 한 뒤 '율하'로 바꿨다. 이는 두 살 많은 친딸의 이름과 돌림자를 맞춰 지은 이름이었다. 
 
입양 뒤에도 남긴 글 대부분은 친딸에 대한 것이었다. 정인이에 대해선 "얼른 커서 수준에 맞게 놀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양모에게 정인이는 '친딸에게 선물한 여동생'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까지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장 씨의 심리 상태는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장 씨는 주변에 "정이 안 붙어서 걱정"이라고 하고, 남편에게도 "우리가 입양을 너무 쉽게 했다. 이러다 죄 받을까 무섭다"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친구에게 보낸 메세지에선 "율하가 진상이라 '참을 인' 백만 번 새기다가 화병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풀어야 할지 찾는 중이다"라고 적었다. 
 
결국 '화병을 푼 방법'은 '가혹한 학대'였다. 
 
경찰은 이런 정황들을 토대로 장 씨가 입양을 결정한 이유를 "장 씨가 친딸의 성장 과정에서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길러주기 위해 터울이 적은 여자아이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입양을 하고 보니 쉽게 정이 가지 않자 육아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됐고, 결국 학대하고 방임하게 됐다"고 정리했다.
 
▲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선물과 추모 메시지가 적혀 있다.
한편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입양아 정인이 사건이 다자녀 청약 혜택을 노린 불법청약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서구 화곡동에서 전세로 거주하던 정인양의 양부모가 대출 규모를 키우려고 입양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부동산 카페 이용자의 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이용자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제공하는 디딤돌대출 자격 기준이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지만 자녀가 2명 이상인 신혼부부는 합산 연소득 7,000만 원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정인이 입양의 목적이 다자녀 혜택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부부의 연봉이 6,000만~7,000만 원 수준이라면 자녀의 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이용자는 또 이들 부부 소유 주택의 등기부등본 열람 기록을 참고 자료로 제시하며 "이들의 대출금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2.3%에 이르는 2억1,175만 원"이라며 "디딤돌대출은 2억 원 한도로 LTV가 최대 70% 적용되지만 2억6,000만 원까지도 허용되는 두 자녀 이상 신혼가구 자격을 얻으려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어쨌든 정인이 입양해서 청약을 받는데 1이라도 보탬이 됐다면 취소돼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정인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아파트 청약을 위해 아이를 입양했다는 소문과 관련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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