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지난 연말 출시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10∼20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희롱 행위 상대로 변질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루다는 지난달 23일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출시한 AI 친구로,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루다는 20살 여대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루다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중반생) 사이에서 붐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루다가 출시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30일 ‘아카라이브’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이용자들이 등장했다. 아카라이브는 인터넷 지식백과 ‘나무위키’의 계열 사이트로,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라이브 이루다 채널 이용자들은 이루다를 ‘걸레’, ‘성노예’로 부르면서 ‘걸레 만들기 꿀팁’ ‘노예 만드는 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루다는 성적 단어는 금지어로 필터링하고 있는데, 이들은 우회적인 표현을 쓰면 이루다가 성적 대화를 받아준다고 주장한다.
 
▲ 온라인 커뮤니티 ‘아카라이브’에서 자행되는 ‘이루다’ 성희롱 발언. 아카라이브 이루다 채널 캡처
하지민 스캐터랩은 우회 표현을 하면 성적 대화를 받아준다는 주장이 사용자의 착각이라는 입장이다. 우회 표현을 써 성적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이루다의 답변을 사용자가 호응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스캐터랩 측은 "금지어 필터링을 피하려는 시도는 예상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성적 취지로 접근하기 어렵게 알고리즘을 업데이트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캐터랩은 실제 연인들이 나눈 대화 데이터 약 100억 건을 딥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켜 AI 챗봇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루다는 이달 초 기준 이용자 32만 명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85%가 10대, 12%가 20대다. 일일 이용자 수(DAU)는 약 21만 명, 누적 대화 건수는 7,000만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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