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양부인 안모씨가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신소희 기자]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13일 열렸다. 검찰이 정인이 양모 장 모 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적용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와 유기, 방임 혐의다. 하지만 이날 검찰은  '정인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입양모가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밟아 숨지게 했다며 입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장씨를 기소한 뒤 법의학자 3명에 대한 재감정을 통해 유의미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하지만 장씨 측은 재판에서 살인죄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치사 혐의까지 부인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장씨와 안씨의 다음 재판은 2월 17일에 열릴 예정이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전날 정인이 입양모 장모(35)씨의 살인 등 혐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입양부 안모(37)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등 혐의 재판도 함께 진행됐다.
 
검찰은 첫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장씨에게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하고, 기존 혐의(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하겠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검찰은 법의학전문가 등 4곳에 사인에 대한 의견을 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 법과학분석과가 작성한 장씨에 대한 통합심리분석결과보고서도 참고했다.
 
검찰은 정인이의 사인이 '발로 밟는 등의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장씨에게 정인이가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도 있었다고 봤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인이와 유사한 '울산 계모' 사건…2심 "성인 손발은 흉기"
 
이날 뉴시스에 따르면 앞서 '울산 계모' 사건 항소심 재판부였던 부산고법 형사1부(당시 부장판사 구남수)는 지난 2014년 10월 계모 박모(49)씨에게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2013년 10월24일 주거지에서 의붓딸인 서현양을 약 55분간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2011년 5월부터 수년간 계속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1심인 울산지법 형사합의3부(당시 부장판사 정계선)은 서현양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했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살인 대신 상해치사 혐의만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며 "흉기 또는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뼈와 근육 등 신체가 온전히 발달하지 못한 7세 아동에게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고 판단하며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했고, 미필적으로나마 그 결과 발생을 용인했다"고 봤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에도 장씨가 정인이의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의료계와 법조계에서 나온다. 정인이 부검 결과를 분석해보면 그 폭행이 일정한 강도 이상이었고, 미필적 수준의 고의는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 계모 사건에서도 서현양의 신체에서 갈비뼈가 16군데나 부러지는 등 아이가 감당하기에 힘든 상해를 입은 것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정인이 사체에서도 후두부, 좌측 쇄골, 좌·우측 늑골, 우측 척골, 좌측 견갑골, 우측 대퇴골 등 전신에 다수의 골절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각 골절의 발생 시기가 다른 것으로 조사돼, 정인이는 장기간에 걸쳐 수회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옆구리, 배, 다리 등 전신에 피하출혈도 발견됐다.
 
▲ 학대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입양모 측 "아동학대치사 혐의도 인정 못해…안 밟았다"
 
반면 장씨 측 변호인은 "학대치사 혐의도 인정할 수 없는데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장씨 측 변호인은 전날 첫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정인이를 밟은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장씨가 안 밟았다고 하면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 측은 "아동학대치사에 있어서 당일에도 학대가 있었던 것은 확실한데, 그로 인해서 사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장씨 측은 정인이 골절 상해에 대해 일부를 인정했다. 그러나 핵심인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밟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장씨 측은 정인이가 사망한 당일 정인이를 떨어뜨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유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유지된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인이의 사인을 두고 장씨가 고의로 강한 외력을 가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췌장이 파열되는 경우는 자동차 정면충돌로 밀려들어오는 운전대가 운전자에게 가하는 정도의 힘이 작용해야 발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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