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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그 이야기12] [소설] 문재인의 크리스마스 캐럴
심일보 기자  |  jakys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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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18  09: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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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2월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연말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 '청와대와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에서 어린이합창단의 캐롤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지난해 12월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중앙홀에서 열린 '청와대와 함께하는 메리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해 사회 복지 단체 대표들과 CBS 어린이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캐럴 공연을 지켜봤다. 
 
가수 윤종신의 캐럴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12월 9일) 이후 촛불집회를 테마로 만든 노래였다. 
 
‘잘했어요~참아 내기 힘든/그 용서할 수 없는 걸/다 함께 외쳤던 그 날들/정말 젠틀했던 강렬했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엔 당시 한국 사회를 실의에 빠트린 주요 사건이 촘촘하게 담겼다. 
 
이후 4년이 흘렀다. 
 
일본과의 외교는 파탄났고 윤미향 사건이 터졌으며, 집값·전셋값이 폭등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의 등장으로 전국민들이 혼란에 빠졌고 자영업자들은 폭망했다. 당시 정유라 입시 비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비리 앞에 건전해 보일 지경이라고 한 언론 정치에디터는 혀를 찼다.
 
어제(17일) 서민 교수가 자신의 블러그에 '[소설] 문재인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란 제목으로 '단편 소설' 한 편을 써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는 오늘, 문정부의 지난 4년이 오버랩되면서 해당 글에 웃음을 머금었다.
다음은 글 전문이다.(사진 생략)
 
[소설] 문재인의 크리스마스 캐럴
 
#2020년 12월 24일, 청와대 집무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십시오, 대통령님.”
 
활기찬 목소리에 문재인은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비서실장 유영민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라니? 내가 지금 즐거워하게 생겼냐?”
 
자신이 마음의 빚을 진 조국 마누라가 전날 징역 4년형을 받은 데 이어, 오늘은 윤석열에게 내린 징계의 효력이 정지되는 참사가 발생했으니,
 
문재인으로선 심통이 날 만했다.
 
“속상하신 건 잘 압니다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잖아요.”
 
유영민의 말에 문재인은 다시금 쏘아붙였다.
 
“자네나 실컷 크리스마스를 즐기게. 대신 난 좀 내버려둬. 안그러면 크리스마스에 실직자 신세를 만들어 줄 테니!” 
 
비서실장을 내쫓은 뒤 문재인은 평소처럼 스시와 사케로 혼밥을 하고 있었다. 
 
“카! 역시 술은 사케야!”
 
술을 마시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다시 한 잔을 채우려는 찰나,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유영민이 아직 안 갔나 싶었지만, 어둠 속에 서 있는 이는 분명 노무현이었다. 
 
 
“넌 누구야?”
 
문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평소 노무현 정신을 그렇게 팔아먹더니, 설마 날 까먹은 거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령이 된 노무현은 외형뿐 아니라 목소리도 생전의 그것과 똑같았다. 
 
문재인은 몸이 덜덜 떨렸지만,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문: 그래, 그렇다 쳐.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노: 허허, 앉으라는 말도 안 하는군. 오랜 친구를 이렇게 박대하긴가?
 
문: 이봐. 난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이야. 아주 바쁜 몸이라고. 용건만 간단히 얘기하고 나가 줄래?
 
노: 용건만 말하라니 그렇게 하지. 나도 살아생전 그렇게 잘 산 건 아니지만, 자네는 정말 해도 너무 하더군. 이대로라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오랜 기간 수감생활을 해야 할 테고, 저 세상에선 온몸에 쇠사슬을 칭칭 감은 채 구천을 떠돌아야 하네. 
 
노무현의 말을 들은 문재인은 크게 놀라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문: 말만 들어도 무섭네 그려. 그렇게 살기 싫은데, 무슨 방법이 없겠나? 우리, 친구 아닌가? 
 
노: 허허, 여전히 겁이 많군. 사실 오늘밤 내가 여기 온 건 자네에게 그 운명을 비껴갈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문: 역시 자네는 좋은 친구야. 고맙네. 
 
감사 인사를 했지만, 문재인은 그냥 혼자 사케나 마셨으면 더 행복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노무현은 곧바로 자신의 말을 바꿨다.
 
 
유령이 온다는 것도 무서운데, 박치기의 왕이 온다니. 문재인의 떨림이 더 커졌다.
 
문: 이봐, 친구. 그냥 자네가 인도해 주면 안될까? 내가 낯을 많이 가리거든.
 
문재인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자 노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소통능력 없기는. 이래서 내가 자네한테 정치하지 말라고 했던 걸세.”
 
노무현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김일씨, 죄송합니다만 오늘 일,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워낙 숫기가 없어서요.”
 
노무현이 전화를 끊자 문재인이 신기한 듯 물었다. 
 
문: 거기서도 휴대폰을 쓰나?
 
노: 당연하지. 우리만 해도 살아생전 휴대폰에 너무 익숙해 있다보니, 죽고 난 뒤에도 없으면 못살겠더라고. 자, 이제 슬슬 가볼까?
 
노무현은 손을 내밀어 문재인의 팔을 지그시 잡았다. 
 
손은 부드러웠지만, 힘이 너무 세서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이봐!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설마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건 아니지? 안돼!”
 
노: 그렇다면 너를 교화하기 위해서라고 해두지. 그냥 놔두면 불구덩이로 던져질 친구를 구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애걸복걸했는지 아나?
 
문: 그래, 알았어. 내가 뭘 하면 되지?
 
노: 오늘밤 자네에게 유령이 찾아올 걸세. 그들이 시키는대로 하면 되네. 
 
문: 유령? 혹시 어떤 유령인지 미리 알려줄 수 있나?
 
노: 프로레슬러 김일씨라고 아나? 
 
문: 우리 또래에 김일 모르는 사람 있나? 박치기가 특기인 프로레슬러잖아. 
 
노: 그분이 이따가 자네한테 찾아올 거야. 조심해. 말 안들으면, 바로 박치기를 날려버릴 테니까.
 
 
#2020년 12월 24일, 청와대 집무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십시오, 대통령님.”
 
활기찬 목소리에 문재인은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비서실장 유영민이 문앞에 서 있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라니? 내가 지금 즐거워하게 생겼냐?”
 
자신이 마음의 빚을 진 조국 마누라가 전날 징역 4년형을 받은 데 이어, 오늘은 윤석열에게 내린 징계의 효력이 정지되는 참사가 발생했으니,
 
문재인으로선 심통이 날 만했다.
 
“속상하신 건 잘 압니다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잖아요.”
 
유영민의 말에 문재인은 다시금 쏘아붙였다.
 
“자네나 실컷 크리스마스를 즐기게. 대신 난 좀 내버려둬. 안그러면 크리스마스에 실직자 신세를 만들어 줄 테니!” 
 
비서실장을 내쫓은 뒤 문재인은 평소처럼 스시와 사케로 혼밥을 하고 있었다. 
 
“카! 역시 술은 사케야!”
 
술을 마시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다시 한 잔을 채우려는 찰나,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유영민이 아직 안 갔나 싶었지만, 어둠 속에 서 있는 이는 분명 노무현이었다. 
 
“넌 누구야?”
 
문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평소 노무현 정신을 그렇게 팔아먹더니, 설마 날 까먹은 거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령이 된 노무현은 외형뿐 아니라 목소리도 생전의 그것과 똑같았다. 
 
문재인은 몸이 덜덜 떨렸지만,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문: 그래, 그렇다 쳐.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노: 허허, 앉으라는 말도 안 하는군. 오랜 친구를 이렇게 박대하긴가?
 
문: 이봐. 난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이야. 아주 바쁜 몸이라고. 용건만 간단히 얘기하고 나가 줄래?
 
노: 용건만 말하라니 그렇게 하지. 나도 살아생전 그렇게 잘 산 건 아니지만, 자네는 정말 해도 너무 하더군. 이대로라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오랜 기간 수감생활을 해야 할 테고, 저 세상에선 온몸에 쇠사슬을 칭칭 감은 채 구천을 떠돌아야 하네. 
 
노무현의 말을 들은 문재인은 크게 놀라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문: 말만 들어도 무섭네 그려. 그렇게 살기 싫은데, 무슨 방법이 없겠나? 우리, 친구 아닌가? 
 
노: 허허, 여전히 겁이 많군. 사실 오늘밤 내가 여기 온 건 자네에게 그 운명을 비껴갈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문: 역시 자네는 좋은 친구야. 고맙네. 
 
감사 인사를 했지만, 문재인은 그냥 혼자 사케나 마셨으면 더 행복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노무현은 곧바로 자신의 말을 바꿨다.
 
노: 그렇다면 너를 교화하기 위해서라고 해두지. 그냥 놔두면 불구덩이로 던져질 친구를 구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애걸복걸했는지 아나?
 
문: 그래, 알았어. 내가 뭘 하면 되지?
 
노: 오늘밤 자네에게 유령이 찾아올 걸세. 그들이 시키는대로 하면 되네. 
 
문: 유령? 혹시 어떤 유령인지 미리 알려줄 수 있나?
 
노: 프로레슬러 김일씨라고 아나? 
 
문: 우리 또래에 김일 모르는 사람 있나? 박치기가 특기인 프로레슬러잖아. 
 
노: 그분이 이따가 자네한테 찾아올 거야. 조심해. 말 안들으면, 바로 박치기를 날려버릴 테니까.
 
 
유령이 온다는 것도 무서운데, 박치기의 왕이 온다니. 문재인의 떨림이 더 커졌다.
 
문: 이봐, 친구. 그냥 자네가 인도해 주면 안될까? 내가 낯을 많이 가리거든.
 
문재인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자 노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소통능력 없기는. 이래서 내가 자네한테 정치하지 말라고 했던 걸세.”
 
노무현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김일씨, 죄송합니다만 오늘 일,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워낙 숫기가 없어서요.”
 
노무현이 전화를 끊자 문재인이 신기한 듯 물었다. 
 
문: 거기서도 휴대폰을 쓰나?
 
노: 당연하지. 우리만 해도 살아생전 휴대폰에 너무 익숙해 있다보니, 죽고 난 뒤에도 없으면 못살겠더라고. 자, 이제 슬슬 가볼까?
 
노무현은 손을 내밀어 문재인의 팔을 지그시 잡았다. 
 
손은 부드러웠지만, 힘이 너무 세서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이봐!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설마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건 아니지? 안돼!”
 
 
#장소1. 2014년 8월 25일
 
비명을 지르다 보니 둘은 어느새 광화문 광장에 서 있었다. 
 
“으악!”
 
잠시 두리번거리던 문재인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을 내저었다.
 
“자네, 갑자기 왜 그러나?”
 
문재인은 노무현 뒤로 잽싸게 몸을 숨겼다.
 
“저, 저 사람들은...?”
 
문재인이 가리키는 사람들은 세월호 유족이었다.
 
노: 자네, 저들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러운가보군. 왜, 뭐 찔리는 거라도 있나?
 
문: 그게 아니라...
 
노: 걱정하지 말게. 저들 눈엔 우리가 보이지 않거든. 
 
 
문재인은 못믿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허허, 이 사람 참. 저길 보라고. 저 천막 안에 단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노무현의 말에 문재인은 천막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문: 아니, 저건 나잖아?
 
노: 그래, 여기는 2014년 8월, 세월호 단식농성이 벌어지던 곳이야. 유족 중 한 명인 김영오 씨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해달라며 단식을 했거든. 그래서 자네랑 더불어당, 아니 당시는 새정치민주연합이었지, 아무튼 그 사람들이 동조단식을 했던 거지.
 
문: 그래, 이제 기억나. 나도 열흘간 저 천막 안에서 단식을 했었어. 
 
노: 기억하니 다행이구만. 난 자네가 세월호 사건을 아예 까먹은 줄 알았거든.
 
문: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내가 세월호 유족들을 얼마나 챙겼는데? 저 사건은 박근혜 정권이 일으킨, 단군 이래 최대의 비극이잖은가. 
 
노무현은 가증스러운 눈으로 문재인을 바라보았다.
 
노: 그렇다면 지금은 말할 수 있겠네. 세월호의 진상은 도대체 뭔가? 
 
문: 그, 그건 아직 조사 중이야. 세월호 사건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진상규명이 쉽지 않거든. 야당이 협조를 안하고, 또 시간이 많이 지나서 증거들이 훼손됐...
 
노: 푸하하하.
 
문: 아니, 왜 웃고 그러나?
 
노: 자네가 대통령이 된 게 이제 4년이 다 돼가네. 그 동안 자네가 한 거라곤 유족들 청와대로 불러서 밥 한끼 같이 먹은 게 다였지? 자네, 정말 세월호의 진실을 조사할 마음은 있는 건가?
 
문: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세월호에 대한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고.
 
노: 혹시 자네, 세월호의 진상이 드러나는 게 두려운 건 아닌가?
 
문: 아니, 내가 한 일도 아닌데 그걸 내가 왜 두려워해?
 
노: 그 진상이라는 게 실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드러날까봐. 뭐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선동했는데, 이제 와서 별 게 없다고 하면 쪽팔리잖아. 
 
문: 어, 어떻게 그런 말을....자네, 정말 노무현 맞아? 혹시 적폐세력이 노무현의 탈을 쓰고 날 기만하는 거 아냐?
 
노: 세월호 사건이 난 당일, 자네의 삶은 별로 다르지 않았어. 점심은 일식집에서 회를 먹었고, 저녁은 한정식을 먹었지. 점심이야 그렇다 쳐도, 저녁식사 때는 수많은 아이들이 희생됐다는 게 기정사실이 됐는데 말야.
 
문: 이미 약속이 잡혀있는 걸 어떻게 취소해? 게다가 당시 난 야당이었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노무현은 문재인에게 다가가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내가 자네였다면, 바로 팽목항으로 내려가 유족들을 위로하고, 뭔가 도울 게 없는지 찾아봤을 걸세. 자네 정도 정치적 입지를 가진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면 유족들에게 힘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자네는 그냥 처먹기만 했어. 그 다음날에도 한정식집에 갔지 아마? 당시 진도체육관에서 라면을 먹었던 교육부 장관이 비난을 받고 물러났던 거 알지? 불과 2년 전 대선에 나갔던 야당 지도자가 세월호에 무관하게 고급음식을 먹어치웠다는 게 국민들에게 알려졌다면 어떻게 됐겠나?”
 
노무현의 말에 문재인은 험악한 표정으로 씩씩거렸다.
 
“아까 세월호 유족을 봤을 때 자네는 내 뒤로 숨으려 했어. 그들을 볼 낯이 없었기 때문이야. 자네의 이익을 위해 세월호 유족들을 몇 년간 앵벌이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자네는 그냥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뿐이야. 그 안에 감춰진 진실이 별 게 없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뭔가 큰 게 있는 거라고 선동을 했어. 설마, 자네도 김어준이처럼 박근혜가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켰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문재인의 표정이 한층 더 험악해졌다.
 
“내가 지금 괜한 짓 하는 건가 싶네. 이곳으로 오면 최소한 자네가 스스로를 반성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자네 운명이 어떻게 되든,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가는 게 나을 거 같네.”
 
문재인이 노무현의 팔을 붙잡았다.
 
“가지 마! 지금 나 반성하는 거야. 난 원래 반성할 때면 얼굴표정이 험악해지네. 그래서 오해를 받곤 해. 하하하.”
 
노무현이 뜨악한 표정으로 문재인을 바라보았다.
 
“안 본 사이에 구라가 많이 늘었네? 아니,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내가 몰랐던 걸 수도 있겠지. 그래, 자네를 정치판에 끌어들인 건 내 책임도 있으니, AS 차원에서 원래 일정대로 가 보기로 하지. 내 옷자락을 잡게나.”
 
 
#2017년 5월 10일, 국회의사당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3년 7개월 전의 자신이 취임사를 읽고 있었다.
 
“저 장면 다시 보니까 어때? 저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
 
노무현의 조롱에도 문재인은 홀린 듯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노무현이 다시 문재인의 어깨를 툭 쳤다.
 
노: 다시 들으니 어때? 저 중에 제대로 지켜진 게 있던가? 소통은커녕 기자회견조차 꺼리고 있잖아?
 
문: 자네도 대통령 해봐서 알잖아. 말한대로 지킨 대통령이 어디 있어? 그리고 취임사는 원래 번지르르하게 하는 거지, 그걸 가지고 내게 뭐라고 하는 건가?
 
노: 자네와 내가 뭐가 다른 줄 아나? 저 취임사는 자네가 쓴 게 아니야.
 
문: 물론 그렇지.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저런 거 쓰려고 있는 거잖아.
 
노: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대통령이 취임사를 직접 쓰진 않더라도, 그 취임사에는 자신의 철학이 들어가야 돼. 그래서 난 비서관을 미리 만나서 이야기했네. 취임사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를. 그렇게 만들어진 취임사를 내가 다시 고치고, 비서관이 그걸 다시 매끄럽게 다듬는 일이 지루하게 반복됐지. 당연하지 않은가? 5년 동안 국정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걸 국민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인데, 그걸 어떻게 허투루 할 수 있어? 
 
문: 내가 허투루 했다고 주장하는 거야, 지금? 내가 취임식 전에 저 원고를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아나? 거의 외울 정도였다고.
 
노: 풋.
 
A4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어요 나는야 즐거운 문재인이라네 ㅋㅋㅋ
 
웃음을 그친 노무현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 자네가 A4 용지에 적힌 취임사를 줄을 쳐가며 연습하는 모습, 나도 봤네. 난 지금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 그 취임사가 자네 것이 아니라는 얘기야. 연설비서관이 취임사를 쓸 때, 자네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어. 그냥 잘 써주라고만 얘기했지. 
 
문: 그래도 취임사는 내 것이 훨씬 더 멋있네.
 
노: 그건 인정해. 아주 멋진 말들이 많았어. 특히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구절은, 정말 간지나더군. 우리나라 대통령들 취임사 중 원탑일 거야. 그런데 취임사가 멋있으면 좋은 대통령일까? 저 취임사 중 제대로 지켜진 게 하나도 없잖아. 그래,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이 만들어졌나? 이건 어때?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아니, 불리할 때마다 숨어버리고, 대깨문들의 여론 조작으로 국면을 전환시키려는 지금의 자네가 저 취임사를 읽는 사람과 같은 사람이야? 
 
문: ....
 
노: 내 취임사는 좀 투박할지 몰라도, 그건 온전히 내 작품일세. 내가 하려던 것들이 거기 담겼다고. 하지만 자네는 대통령이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을뿐,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일말의 철학도 없었어. 취임사를 글 잘 쓰는 비서관에게 맡긴 건 그 때문이야. 시중에 우스개소리가 돌더군. 취임사에 나온 공약들 중 제대로 지켜진 게 딱 하나 있다고.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거 하나. 왜 그런지 아나? 저 취임사에 자네의 영혼이 담겨 있지 않아서야. 자기 스스로 생각해서 한 말이라면 그리 쉽게 내동댕이치지 못했을 걸? 아마 대통령으로서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자네를 구속할 걸세.
 
문: 뭐? 구속? 
 
노: 허허, 이것 참. 그러니까 이 말이야. 저 취임사가 자네의 것이었다면, 온갖 비리의 온상인 조국 같은 놈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었겠냐는 거지. 
 
문: 자네도 알다시피 난 글재주가 없잖아. 내가 취임사를 어떻게 써?
 
노: 휴, 이것 참. 이렇게 말귀를 못알아먹는 놈이랑 내가 어떻게 친구였지? 
 
문: ....알았네. 이제 그만 좀 갈구라고. 오늘 밤 갈 곳이 또 있어?
 
 
노무현은 위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내가 괜한 일을 한 것 같군. 그래도 한 군데만 더 가 보세. 혹시 그걸 보면 자네 마음이 달라질 수 있을 테니까.”
 
노무현은 문재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20** 2월, 양산의 작은 건물
 
문: 여긴 어딘가? 왠지 낯이 익은데?
 
노: 어디긴. 양산에 있는 성당이지. 자네도 몇 번 왔었고. 
 
문: 이제야 기억이 나네. 근데 미사 치고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네. 아니, 저건? 누가 죽었나?
 
문재인이 가리키는 곳에는 관이 하나 놓여 있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1: 언제 죽었답니까?
 
사람2: 어젯밤이라지.
 
사람1: 왜 죽었답니까? 지병 같은 게 있었나요?
 
사람2: 병이면 어떻고 늙어죽었으면 어때? 중요한 건 저 사람이 죽었다는 거야.
 
사람3: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그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끼어들었다. 왠지 좀 덜떨어지게 생긴 얼굴, 문재인은 어디선가 그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쟤 이름이 뭐였더라. 무슨 남국인데...’
 
 
난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좀 모자랄 뿐. 
 
사람2: 아직도 대가리 깨진 놈이 있네. 아니, 저 사람 때문에 우리나라가 거덜이 났는데, 말이 심해? 진짜 심한 게 뭔데?
 
사람1: 그러게. 내가 그 인간 말 믿고 집 안샀다가, 인생 망했다고. 
 
둘이 같이 덤비는 바람에 사람3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사람3이 갔는데도 사람2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야 죽으면 끝이지만, 우린 이 지옥같은 곳에서 계속 살아야 된다고. 그런데 저 인간이 죽었다고 우리가 그의 죽음을 슬퍼해줘야 한다니!
 
사람1: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애도는 해줘야죠. 그러라고 우리같은 장례 알바를 고용한 건데요. 그리고 저 사람, 잘못한 건 많지만, 감옥에 갔다오는 걸로 죗값을 치렀잖아요. 
 
사람2: 흥, 고작 5년 다녀온 걸로 퉁치는 게 말이 돼? 한 100년은 가둬놔도 모자랄 판국에. 그나저나 사람이 왜 이리 없어? 그 많던 대깨문들은 어디 간 거야?
 
사람1: 정말 그러네요. 평생 저 사람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사태가 불리해지니 다 흩어져 버리고. 의리라고는 1도 없는 놈들이군요. 
 
 
둘의 대화를 듣던 문재인이 물었다.
 
문: 저, 혹시 몰라서 묻는데, 저 관에 있는 사람이 혹시 난가?
 
노: 그걸 꼭 물어봐야 아나. 저게 자네가 아니면 여길 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문: 근데 내 마지막 가는 길이 저렇게 초라하다고?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을 이렇게 대접해도 되는 거야?
 
문재인은 숫제 울기 직전이었다. 
 
노: 뭐 어쩌겠나. 자업자득인 거지. 
 
 
그러는 동안 신부가 나와 종이에 쓰인 것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는 문재인 디모테오를 보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비록 그가 무능하고 부도덕한 대통령이었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에서 베네주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도 주님의 자식으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시련을 주시려 보낸 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죄를 미워하지 말고, 그의 선전선동에 속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우리를 탓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그를 수호하느라 혈안이 됐던, 하지만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는, 수많은 어용 지식인과 대가리 깨진 형제들을 탓합시다. 알릴레오.“
 
문: 저놈의 신부가 말이 심하네. 어떻게 죽은 사람에게 저렇게 모질 수가 있지?
 
노: 자네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앞으로 남은 임기 도중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으니까. 하지만 친구여, 저들을 탓하지 말게. 저들은 비록 알바지만 자네를 위해 이 장례식장에 와 줬지 않은가? 저들이 아니었다면, 자네의 마지막이 얼마나 썰렁했겠어?
 
문: ....
 
노: 이런 광경을 보고나니 좀 느끼는 게 있나?
 
문: 잠시만, 나한테 잠깐만 시간을 내줘. 혼자 생각을 좀 해보겠네. 
 
 
한참을 침묵하던 문재인이 입을 열었다.
 
“사람의 인생이란 한 길만 고집하면 그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알 수 있어. 하지만 그 길에서 벗어나면, 종착지는 바뀌게 돼 있지. 자네가 내게 보여주려는 것도 이와 같다고 말해 주게나, 제발. 지금이라도 개과천선하면 이런 비참한 운명은 막을 수도 있다고.”
 
노무현이 아무 말이 없자 문재인은 노무현에게 달려가 옷을 움켜쥐었다.
 
“관대한 친구여. 자네는 날 가엽게 여기고 곤경에서 구하고자 하는 천성을 가진 친구였어. 내가 새 사람이 되어 다르게 살게 된다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환영을 바꿀 수 있다고 약속해 줘.”
 
문재인은 노무현 앞에 넙죽 엎드린 채 애원했다. 노무현의 입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청와대로 돌아가자마자 취임사를 다시 읽어볼 걸세.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거기 적힌 것들을 실천해보겠네. 그러니 제발 이 장면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 주게나.”
 
문재인은 땅바닥에 이마를 부딪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통증 때문인지 문재인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2020년 12월 25일 오전 11시.
 
“아이고 깜짝이야!”
 
정신을 차린 문재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야, 여긴 집무실이잖아. 내가 다시 돌아온 거군!”
 
그로부터 한시간 여 동안, 문재인은 지난밤에 있던 일을 되새김질했다. 그건 뭐지? 꿈인가?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했다. 잠시 뒤, 문재인은 결심이 선 듯한 표정으로 비서관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뭐라고요? 이 크리스마스날에 청와대로 오라고?”
 
가족들과 스테이크를 자르려던 탁현민은 갑작스러운 호출이 황당하기만 했다. 
 
비서관: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각하께서 당장 오라고 하십니다. 화가 많이 난 것 같아요.
 
탁현민: 왜 화가 났답니까? 윤석열 직무정지 해제된 것 때문인 것 같은데, 그거랑 저랑 무슨 상관인가요? 추미애 잘못인데.
 
비서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제발 좀 와주십시오. 저한테 재떨이까지 던진 걸 보면, 화가 보통 난 게 아니어요.
 
 
잠시 뒤, 문재인 앞에 서자마자 탁현민은 깨달았다.
 
‘지금 대통령은 나한테 화가 나 있는 거야. 근데 왜지? 혹시 이마 까진 것 때문인가?’
 
문: 자네, 내가 왜 불렀는지 알아?
 
탁: 모르겠습니다. 
 
문: 자네, 어젯밤 뭐했나?
 
탁: 청와대 애들이랑 술 마셨습니다. 
 
문: 정말이야?
 
탁: 네. 숫자가 좀 많긴 했지만 청와대 인사들끼리 모인 거라 공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방역수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문: 지금 방역이 문제가 아냐. 자네, 혹시 나를 상대로 무슨 퍼포먼스라도 꾸민 건가?
 
탁: 네?
 
문: 무슨 유령 같은 걸 등장시킨 깜짝쇼 같은 건데, 그거 자네 작품이 아닌가? 
 
탁: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문: 자네 말고 여기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없는데. 
 
탁: 정말 모릅니다. 유령이라니, 간밤에 노무현 꿈이라도 꾼 겁니까?
 
순간 문재인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모를지라도, 어제 그 일은 탁현민이 꾸민 짓이라는 것을. 
 
‘지깟 놈이 감히 나한테...’
 
문재인은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탁현민을 쏘아보았다.
 
“마지막으로 물어보겠네. 정말 아는 게 아무것도 없나?”
 
“네, 정말 모릅니다.”
 
“알았네. 나가 보게나.”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탁현민은 비서관으로부터 당분간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근신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전달받았다.
 
같은 날, 집에서 쉬고 있던 청와대 인부들은 대통령 집무실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말에 부리나케 출근했고, 세 겹이나 되는 철문을 설치하느라 새벽까지 집에 가지 못했다.
 
공사를 하는 와중에 그들 중 한 명은 다음과 같은 광경을 목격한다. 
 
흰 점퍼 차림의 나이든 인물이 창문으로 날 듯이 나가는 장면을. 
 
인부1: 뭐지? 내가 잘못봤나?
 
인부2: 또 뭔데? 
 
인부1: 방금 노무현 대통령님을 본 거 같아.
 
인부2: 또 농땡이 부리려고 하네. 나도 지금 기분 * 같다고. 자네만 그런 거 아냐. 
 
작업반장: 거기 둘, 일은 안하고 왜 떠들기만 하는 거야? 어어 일해 
 
인부1, 2: 네, 알겠습니다. 
 
문재인의 걱정과는 달리 노무현의 유령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문재인의 운명은, 자신이 봤던 것보다 더 비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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