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군인들(CNN 캡쳐)
[정재원 기자] 미얀마 군부는 1일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비롯한 수많은 정부 고위 인사들을 억류한 후 쿠데타로 국가의 권력을 장악했다.
 
1일(현지시간) CNN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군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군 통수권자에게 권력이 넘어갔으며, 1년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집권당인 전국민주연맹(NLD) 대변인은 수치와 몇몇 국가 장관들이 수도 네피도우에 억류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쿠데타는 선거 부정 의혹으로 인해 민간 정부와 타트마도로 알려진 강력한 군 사이의 마찰이 수개월 동안 증대된 후에 나온 것이다.
 
수치와 미얀마의 정치 체제
 
수치는 한때 국제 민주주의의 아이콘으로 유명했다. 전직 정치범이었던 그녀는 수십 년간 계속된 군 통치에 대한 투쟁의 일환으로 가택 연금 상태에서 15년을 보냈다.
 
2010년 그녀가 석방되고 5년 후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서구 정부들에 '군사정권 50년 만에 민주통치로의 전환의 획기적인 순간'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2011년 테인 세인 장군 휘하의 일부 민주화 개혁과 준민간 정부 설치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는 권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집권 군정은 2008년 향후 정권과 관계없이 군부가 상당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초안을 작성했다.  
 
이 헌법에 따라 군대는 국회 의석의 4분의 1을 배정받고 내무, 국방 등 핵심부처를 장악하고 있다. 군부는 또한 헌법을 개정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수치 여사와 NLD가 2015년에 처음으로 정부를 구성한 것은 이 틀 안에서다. 그녀는 국가 자문위원이라는 호칭으로 선출되었는데, 군에서 만든 헌법이 그녀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로힝야족 집단학살 의혹
 
2015년 승리 후, 수치의 임기 동안 국가의 많은 윤리적인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 과정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수치는 또한 라키네주 서부 로힝야 회교도들을 상대로 군부가 행한 것으로 알려진 수많은 잔학 행위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아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2016년과 2017년 폭력적인 군사작전 중 미얀마 서부 지역에서 이웃 방글라데시로 강제 추방된 소수민족 수십만   명이다.
하지만 수치는 군을 편들고 이를 "오보"라고 주장했다.
 
무엇이 쿠데타를 일으켰나?
 
발단은 지난해 11월에 있은 국회의원 선거였다. 군을 지지하는 연합연대와 개발당은 여론조사에서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편향성과 '불공정한 선거'을 주장하며 새로운 투표를 요구하게 됐다.
 
군부도 선거 결과에 대해 거듭 반박하고 나섰다.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유권자 부재 등 잠재적 사기' 사례가 1,050만 건을 넘었다고 주장하고, 선관위에 최종 여론조사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주, 군 대변인은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광범위한 유권자 사기가 있다는 것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군사 개입의 위협 발언은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한 국제 지도자들에게 우려를 표명하게 했고, 군부는 자신들의 발언이 잘못 해석되었다고 주장하며 물러서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일 군은 보란듯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미얀마 상황은 
 
미얀마 초대 부통령이자 전 장군인 민트 스웨(Myint Swew)가 24일 미얀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설치됐다. 수치 여사를 비롯한 억류된 다른 관리들과 장관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군 당국은 TV 연설에서 근거 없는 선거 사기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수치 여사와 다른 정치 지도자들을 구금했으며 1년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말했다. 선거부정에 대한 조사를 수행할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권력이 넘어갔다는 것이다.
 
쿠데타를 정당화하면서 군부는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군 통수권자가 '국가주권력을 장악하고 행사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있다'는 헌법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민 아웅 흘라잉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재편성'되고 유권자 명단이 조사된 후에야 선거가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문민정부의 장·차관 24명을 끌어내렸다. 군사정부에서 일할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지명했다.
 
이후 군부는 성명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총선거가 치러지고, 이후 승리한 정당에 민주주의의 규범과 기준에 따라 국가 책임이 넘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의 현재 상황은 전국적으로 인터넷과 뉴스 접속이 마비되어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도 없다. 전 세계의 인터넷 정전을 감시하는 넷블록스는 월요일 아침 일찍 실시간 네트워크 데이터가 연결성의 큰 하락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때 유일하게 운영 중인 TV 채널은 미얀마 군 소유의 텔레비전 네트워크인 마야디 TV였다.
 
미얀마 은행 협회의 성명서에 따르면, 전국의 은행들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고, 인터넷 연결이 개선될 때까지 영업이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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