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마
[정재원 기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랩 대령역을 맡았던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마가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플러머는 82세의 나이로 아카데미상(오스카상)을 받았던 아카데미 최고령 수상자이다.
 
5일 오전(현지시간) 그의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인 루 피트는 "플러머가 아내 일레인 테일러와 함께 살던  코네티컷의 자택에서사망했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 50년 넘게 활동한 플러머는 영화 '용 문신을 한 소녀'(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부터 2009년 '업'(Up)의 악역, 브로드웨이 '침묵의 소리'(Inherit the Wind)의 약삭빠른 변호사까지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를 스타로 만든 것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수녀 마리아로 분한 줄리 앤드루스의 상대역인 폰 트랩 대령 역이었다. 그는 나치의 해군 복무를 피해 가족과 함께 국외로 탈출하는 오스트리아 해군 장교 역을 맡았었다. 그러나 그는 정작 폰 트랩 역에 대해 "유머 없고 일차원적"이었다고 한탄했고 이 영화를 "점액의 소리"(The Sound of Mucus)라거나 "S&M"(가학·피학성 변태 성욕)이라고 부르면서 여생을 보냈다.
 
플러머는 2007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머를 넣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폰 트랩 대령을 판지 그림이 아닌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던 건 그저 괴로웠을 뿐"이라고 밝혔다.
 
폰 트랩 대령 역은 플러머를 스타로 만들었지만, 은발과 잘생긴 외모, 언제나 가벼운 영국 억양에도 불구하고 플러머는 남자 주인공 역을 맡지 않았다. 그는 내용이 충실한 지에 대한 고려를 통해 등장인물 배역을 골랐다.
 
플러머는 마이클 맨 감독의 1999년 영화 '인사이더'(The Insider)에서의 마이크 월리스 역, 2001년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2009년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The Last Station) 등으로 자신의 연기 인생 말년에 주목할 만한 중흥을 이루었다.톨스토이의 마지막 삶에 대한 연기로 플러머는 오스카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2012년 플러머는 44년 간 함께 했던 부인의 사망 후 공개적으로 동성애자가 되는 박물관장인 할 필즈 역을 맡았던 '비기너스'(Beginners)로 오스카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아버지의 죽음과 새로운 관계 사이에서 어떻게 친밀감을 찾을 지 고민하는 아들에게 그의 사랑과 마지막 관계는 영감을 주었다.
 
그는 2011년 AP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들은 은퇴하고 활기를 잃는다.(become vegetables) 나는 어떤 직업이든 은퇴는 죽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열심히 일할 결심"이라고 말했다.
 
플러머는 케빈 스페이시를 대체해 J. 폴 게티 역을 맡은 2018년 영화 '올 더 머니'(All the Money in the World)에서 3번째로 오스카상 수상 후보로 지명됐었다. 2019년 그는 TV 서스펜스 드라마 '디파처'(Departure)에 출연했다.
 
캐나다 태생의 플러머는 햄릿, 시라노, 이아고, 오델로, 프로스페로, 헨리 5세와 2004년 링컨센터에서 '리어왕' 등 셰익스피어 주요 배역 대부분을 연기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열리는 스트랫포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 자주 초대되는 스타였다.
 
그는 토니상을 2차례 수상했다. 첫 번째는 1974년 '시라노'에서 타이틀 역할을 연기한 뮤지컬 남우주연상이었고, 1997년 '배리모어'에서 존 배리모어 연기로 두 번째 수상했다. 그는 또 두 개의 에미상을 받았다.
 
플러머는 토론토에서 아서 크리스토퍼 오미 플러머로 태어났다. 그의 외증조부는 전 캐나다의 총리 존 애벗 경이었다. 그의 부모는 그가 태어난 직후 이혼했고 그는 어머니와 이모들에 의해 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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