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 내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사용했던 장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민호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첫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불리던 인사들이 중용됐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5일 박범계 법무장관과의 두 번째 인사 논의 회동에서 각종 정권 수사를 뭉개왔다는 비판을 받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사 규모는 최소한에 그쳤지만, 메시지는 분명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내부에선 “정권 수사는 무조건 덮고 봤던 검사들을 승진시킨 추미애 전 장관과 다를 게 있느냐. ‘추미애 시즌 2’ "란 이야기가 나왔다.
 
7일 법무부는 검사장급 인사 4명을 전보시키는 선에서 최소한의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돼 전국 최대청을 계속 이끌게 됐다. 윤 총장 징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검찰국장은 라임 사건 등 굵직한 수사가 진행 중인 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실상 영전했다. 또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도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 윤 총장의 측근으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찬호 제주지검장,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검사 등 추미애 전 장관의 재임 시절 대거 좌천성 인사 조치된 윤 총장의 핵심 참모들도 자리에 머물게 됐다.
 
윤 총장이 요청한 인물로는 유일하게 '월성 원전'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인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유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사건에서 정부 등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교체 시 예상되는 비판 여론을 염두에 둔 인사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조직 안정'을 이유로 인사를 최소화했다는 박 장관이 윤 총장보다는 '추미애 라인'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사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게 돼 있는 관련 법을 좁게 해석함으로써 추 전 장관 당시 설정된 '수직적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때문에 추 전 장관 재임 당시 진행됐던 검찰 개혁 드라이브, 이에 따른 검찰과 갈등 양상도 계속될 거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한편, 이번 인사를 소폭 단행한 배경으로는 승진 인사 요인이 없었다는 점도 거론된다. 사법연수원 23~24기 대부분이 포진해 있는 고검장급 직급의 빈자리가 없어 이 지검장 등이 승진으로 수직 이동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것이다.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고검장급 대부분이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킴에 따라 대규모 인사는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7월께 이후에나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총장 후보군의 인사 검증은 4월께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에 그 시기쯤 거취를 고민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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