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심일보 대기자] 올해 102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강의에서 “내 삶의 황금기는 60~75세였다”라고 했다.
 
김형석 교수에 따르면 인생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고 한다. 1단계는 서른까지로 대학 교육까지가 그 과정이고, 2단계는 사회에서 직업을 갖고 일하는 정년까지(60살~65살), 3단계는 사회에서 제2의 삶을 사는 아흔까지라는 것이다. 
 
이는 김 교수가 여든이 되었을 무렵 비슷한 연배의 친구분들과 만나, 삶을 돌아봤을 때 '인생의 황금기가 언제였는가'라는 주제로 나눈 내용이다. 
 
바로 삶의 황금기는 10대나, 20대 초반이라고 여겼던 내 생각과는 달리 그분들은 예순 이후의 삶을 계란에서의 노른자, 인생의 황금기라 여겼고 그 시기에 다른 어느때보다 정서적, 영적으로 만족하고 삶에서 큰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생의  '골든 에이지'는 60~75세.
 
“인간의 자존감은 4~11세에 높아지기 시작해서 중년까지 완만하게 상승해 60세에 최고치에 이르고, 70세까지 이를 유지하다가 서서히 낮아진다.” 스위스 베른대 연구진의 분석이다. 신체적 자립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75세부터다. 유럽과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고령자 기준을 75세로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일본 노화 연구자들은 “60~75세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골든 에이지(golden age·황금기)”라고 평가한다. 은퇴 직후의 이 시기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14만 시간이 넘는다. 20세부터 40년간 8시간씩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노동시간(11만6000여 시간)보다 훨씬 길다.
 
이 황금기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많다. 62세에 ‘지동설’을 확립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68세에 ‘대성당’을 조각한 오귀스트 로댕, 71세에 패션계를 평정한 코코 샤넬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루이 파스퇴르가 광견병 백신을 발견한 것도 62세 때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는 93세 때 기자로부터 “언제가 인생의 전성기였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열심히 저술 활동을 하던 60대 후반이었다”고 답했다.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는 90세에 하루 6시간씩 연습하며 “난 지금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사례처럼 인생의 황금기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이만 들었다고 존경받는 건 아니다. 자칫하면 노욕(老慾)이나 노탐(老貪), 노추(老醜)에 빠질 수도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 소리를 듣기도 한다. ‘노인의 지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지혜로운 노인’이 되려는 노력이다. 그래야 젊은이들의 귀감이 된다.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2000년 전에 말했다. “인생의 매 단계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네. 소년은 미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며, 장년은 위엄 있고, 노년은 원숙한데 이런 자질들은 제철이 돼야만 거둘 수 있는 결실과도 같은 것이라네.”
 
내일이 설날이다. 또 한 살을 먹으면서 자신을 돌아본다. 나의 황금기에는 어떤 열매를 거둘 수 있을까. 그때를 위해 지금 어떤 씨앗을 뿌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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