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충북 충주시 연수동 일원에 명절 고향집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이색 현수막이 내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현수막.(충주시 제공)
[정재원 기자] '이번 설 명절에는 오지마라 계좌번호 보내마'
 
설 명철을 앞둔 지난 10일 충북 충주시 연수동 일원에 명절 고향집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이색 현수막이 내걸렸다.
 
연수동 직능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대면 명절을 보내자는 취지로 이같은 재치 넘치는 문구의 현수막을 건 것이다.
 
두 딸을 가진 한 주민은 "시부모님이 안 오신다고 해놓고 갑자기 애들 용돈 주러 오신다고 해서 당황했는데, 현수막 문구처럼 정말 계좌번호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주민은 "'영상 통화하며 세배하고 애들 용돈은 계좌로 쏘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10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내용의 '계좌이체로 세뱃돈을 받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렇듯 대면 모임 대신 영상통화나 줌 등으로 친적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세뱃돈을 계좌이체로 받았다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친척들 못모여서 줌으로 세배하고 덕담을 받았다. 세뱃돈은 인터넷 뱅킹으로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할머니가 영상통화로 세배하면 세뱃돈 준다고 하셨다"고 했다.
 
"계좌번호 불러줘는 옛말"…진화하는 모바일뱅킹앱
 
 
한편 은행들 역시 계좌번호를 몰라도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송금'을 비롯해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5060 세대까지 사로잡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각각 스타뱅킹, 쏠(SOL), 하나원큐, 우리원뱅킹, 올원뱅크 등 모바일뱅킹 앱을 운영 중이다.
 
최근 은행 영업점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건 비대면 거래가 그만큼 활성화돼서다. 여기에다 금융 분야에 진출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들은 플랫폼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각종 조회, 계좌이체부터 대출 신청, 주식 거래, 보험 설계, 자산 관리까지 날이 갈수록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은행 간 문턱도 낮아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듯 조금씩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앱을 새롭게 개편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송금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인 간에 돈을 빌려주면서 자금 이체와 동시에 온라인 차용증을 발급할 수 있게 했고, 송금과 함께 메시지 카드를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페이팔 제휴로 수취인 은행명, 계좌번호, 주소 없이도 페이팔 아이디(ID)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해외송금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국민은행은 민간인증서 시대가 열리면서 KB모바일인증서로 보안카드·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없이 손쉽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KB금융그룹 통합 포인트 제도도 운영한다. 1포인트당 1원으로 일정 포인트가 쌓이면 현금입출금자동화기기(ATM)에서 출금해 현금으로 사용하는 제도다. KB페이 앱에서 적립내역을 확인하고 계좌입금을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 바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 경매사 서울옥션과 제휴를 맺고 은행 앱에서 미술품 공동구매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오는 7월에는 쏠에서 음식 주문도 가능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배달의민족처럼 음식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농협은행은 지난 5일 올원뱅크 600만 고객을 달성했다. 각종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도록 안내해주는 정부지원혜택 서비스가 특징이다. 또 은행 영업점에 가지 않고 모바일기기로 받을 수 있는 아파트 담보대출 'NH모바일아파트대출 2.0'을 선보이기도 했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간편 송금은 송금 수수료나 수취인 계좌 확인 불편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다. 전화번호만 알면 계좌번호 없이 송금이 가능하다. 간편 송금은 저축은행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핀테크업체들은 기존에서 더 나아간 혁신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대표적인 핀테크인 뱅크샐러드는 오프라인 채널 기반 활동에 익숙했던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fe)세대의 디지털 활용 능력이 높아졌다고 보고, 이들의 비중을 늘리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보험 추천·연금 진단·주거 자산 관리 등 노후 설계에 필요한 초개인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실제로 5060 이용자 비율이 지난해 동기 대비 16.86% 늘어났다.
 
저축은행 중에는 웰컴저축은행 모바일뱅킹앱 웰컴디지털뱅크(웰뱅)가 빠르게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운로드 수는 지난해 연말 기준 190만 건으로 200만 건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금융 거래 외에도 프로야구, 배구 등 스포츠를 활용한 웰뱅톱랭킹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이 앱에 머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거래량이 늘어난 데 따른 대응도 요구된다. 최근 트래픽이 일시적으로 급증해 금융사들이 접속 지연에 대해 사과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금융사 몇 곳이 국제적인 디도스(DDos) 공격을 받기도 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연휴기간 온라인 거래량이 평소 대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비상운영기간으로 설정했다. 이 기간에 근무인력 800여 명을 투입해 24시간 근무체계를 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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