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김민호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 이유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주도로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에 대한 불만이 기정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문재인 정권 말기에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지난해 내내 전국을 뒤흔들었던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이슈라는 것이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기말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발탁한 문 대통령의 '신현수 카드'가 애초부터 성립이 어려운 이상에 가까웠던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회의감도 감지된다.
 
17일 전치권에 따르면 검찰 인사를 통해 여권과 검찰 간의 대립 구도를 조율하러 나섰던 신 수석 입장에서는 자신의 역할에 의문점을 갖게 됐을 공산이 크다. 신 수석과 가까운 인사는 “이번 인사 사태에서 자기 역할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신 수석 역시 주변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청와대는 이날 오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고위 인사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후 신 수석의 사의를 확인하고 그 배경 등을 공개했다. 신 수석이 검찰 고위급 인사 조율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참모진이 관계 부처와 갈등을 빚다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민감한 사안까지 공개된 것이다. 관련 의혹이 계속 제기되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동시에 이 사안을 계속 끌고 간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수석은 사법고시 26회, 윤 총장은 33회 출신으로 둘은 막역한 친분 관계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신 수석은 서울대 법대 77학번, 윤 총장은 79학번으로 누구보다 서로 의견이 잘 통한다는 점이 문 대통령의 신 수석 발탁에 주요 배경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 수석의 발탁과 법무부-검찰의 갈등 청산과 관련해 "이제는 서로의 입장을 잘 알게 됐기 때문에 국민들을 염려시키는 그런 갈등은 다시는 없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청와대 자중지란을 부각하면서 검찰개혁을 권력남용의 포장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정상적인 검찰 인사에 취임한 지 한 달 갓 지난 민정수석이 사표를 내는 지경"이라며 "검찰총장을 쫓아내려는 것으로 모자라 정권의 비리를 지키는 검사는 지키려고 해 민정수석 마저 납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김은혜 대변인은 "검찰개혁으로 포장된 권력남용에 오죽하면 민정수석마저 버텨내지 못했겠냐"며 "친 조국(전 법무부 장관) 라인인 비서관이 수석을 제치고 대통령 재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저잣거리에서도 보지 못할 짬짜미"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정권의 진짜 민정수석은 신현수 수석인가, 조국 전 수석인가"라며 "이럴려면 뭐하러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 대통령은 말하나"고 했다. 
 
"정권 수사는 무력화시키고 싶고, 검찰출신 수석 포용 코스프레는 하고 싶고. 차라리 청와대는 가면을 벗고 구관이 명관, 조국 전 장관을 민정수석으로 불러들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논평이다.
 
한편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사의를 만류하면서 신 수석의 거취는 변화가 없는 상태다. 청와대는 신 수석이 이후 회의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 갈등에 대해서는 더욱 강하게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광철 민정비서관과의 암투라고 보도가 되는데 이번 인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내부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 이견은 인정했지만 청와대 내 민정수석실 내부 이견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번 검찰 인사 과정에서 확인된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새 갈등 관계에 대한 해법이 향후 신 수석의 거취는 물론, 검찰개혁 과제 완수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갈등이 계속될 경우 자칫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현상)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결부시켜주지 말아달라"고 한 것에서 문 대통령의 남은 고민의 크기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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