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우
[김승혜 기자]  남자 프로배구 박철우(39·한국전력) 선수가 12년 전 자신을 폭행한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박철우가 SNS에 남긴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말은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을 겨냥한 것이었다. 
 
박철우는 18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전에서 세트스코어 3-1(20-25 25-21 25-15 25-19) 역전승을 거둔 뒤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관례상 패한 팀의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박철우는 이날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꼭 이겨서 인터뷰실에 오고 싶었다"는 박철우는 질문에 가감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박철우는 SNS에 적은 글귀가 이상열 감독이 전날 사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최근 불거진 배구계 폭력 논란에 이상열 감독은 경험자로서 선수들에게 더욱 잘해주려고 노력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상열 감독이 언급한 경험이 박철우와 닿아있다. 
 
박철우에게 이상열 감독은 배구계 선배 이전에 자신을 폭행한 가해자다. 
 
이상열 감독은 대표팀 코치 시절인 지난 2009년 박철우를 때려 물의를 일으켰다. 박철우의 얼굴과 가슴은 주먹과 발길질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 사태로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이상열 감독은 2년 뒤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복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KB손해보험 사령탑에 올랐다.
 
박철우는 "아침에 기사를 봤는데 하루종일 손이 떨리더라. 그 분이 감독이 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경기장에서 지나가다 마주칠 때마다 정말 쉽지 않았다. 조용히 참고 지내고 싶었는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창 순위 경쟁 중인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박철우는 할 말은 꼭 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 일이 있었을 때도 고소를 취하했다. 정말로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시길 기대했다. 그런데 선수들한테 '박철우가 아니었으면 너도 맞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몇 년 전까지 내 귀에 들어오더라. 대표팀에서 나갔을 때 그날 아침 이런 이야기를 했다더라. 몇 대 맞았다고 나가느냐고. 그때는 그말을 듣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철우는 작심한 듯 폭로를 이어갔다. "(이상열 감독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하신 분이었다. 지고 있을 때면 얼굴이 붉어져 돌아오는 선수가 허다했다. 다 내 친구이고 동기들이다. 몇몇은 기절했고 몇몇은 고막이 나갔다"면서 "그런데 그게 과연 한 번의 실수인가? 한 번의 감정에 의해 한 번 그랬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이어 박철우는 "우리 어릴 때는 운동선수가 맞는 것이 당연했다. 부모님 앞에서 맞은 적도 많다. 지금 배구 선수 중 안 맞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사랑의 매도 있지만 정도라는게 있다"면서 "인터뷰에서 내가 한 번 해봤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보탰다. 
 
이상열 감독은 기회가 되면 만나서 풀고 싶어하지만 박철우는 단호했다. 만날 의사가 없었다. "12년이 지났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사과 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게 아니다. 안 해도 된다. 보고 싶지 않다"며 "바라는 건 전혀 없다. 그런데 자신을 정당화 해 포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진정으로 그 분이 변하셨다면 이런 감정이 남아있었을까. 좋은 지도자가 됐다면 이런 감정이 남아있을까"라고 말을 이은 박철우는 "언론에 프로배구가 나쁘게 나오는게 너무 싫다. 그런데 이번에 뿌리 뽑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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