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석 원장
비만 클리닉을 하다 보면 “조금 뚱뚱해도 건강하면 괜찮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즉 외간상 살이 좀 있어 보여도 건강하면 굳이 살을 빼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의미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뚱뚱하면서 건강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실제로 현재 뚱뚱하지만 본인은 건강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검사해보면 이미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경우가 많다. 살도 하루아침에 찌지 않고 병도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므로 지금 뚱뚱하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뚱보는 과체중이고 뚱뚱보는 비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중년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남자는 북한 군인처럼 약간 말라보이고 여자는 약간 통통해 보이면 정상이다. 그런데 가장 위험한 것은 복부 지방이다.
 
복부 지방은 피부 밑에 자리한 피하지방과 달리 내장 기관에 달라붙어 있어 당뇨나 심장병의 원인이 되고,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도 빼기 힘들다. 특히 다른 부위는 괜찮은데 뱃살만 자꾸 늘면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체지방을 측정하는 기기를 통해 복부 지방량을 알아보거나 집에서 줄자를 이용해 간단히 알아볼 수 있다. 배꼽을 기준으로 배 둘레를 재고 골반의 제일 넓은 부위 주변을 재서 그 비율이 남성은 1 이상, 여성은 0.8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간주한다. 즉 배 둘레가 클수록 복부 비만의 위험이 높아진다.
 
그리고 시중에 뱃살 빼는 데 효과적이라는 각종 운동 기구나 전기 치료기, 영양제 등이 많이 판매되는데 사실은 전신의 체지방이 줄어야 뱃살도 줄어든다. 뱃살을 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국소 지방 흡입술이다. 물론 수술 부작용이 있고 반짝 효과는 보겠지만, 빠진 부위에 다시 지방이 쌓이기 때문에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만들면서 체지방이 감소하면 자연스레 복부 지방도 줄어든다.
 
인심은 넉넉해도 뱃살은 넉넉하면 안 된다. 뱃살 많으면 허리 아프고, 양말을 뒤로 신어야 하고, 발톱 깍을 때 숨차고, 수영할 때 자꾸 뒤집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뽀뽀하기 힘들다.
 
주변을 보면 특히 뱃살로 고민하는 중년 여성들이 적지 않다. 중년 여성들이 과식하지 않는데도 자꾸 배가 나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경우다.
 
첫 번째,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 호르몬이 나와서 복부 비만을 일으킨다. 이 경우엔 스트레스의 주원인인 남편과 애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시월드는 만만치 않으므로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두 번째, 출산 이후 나이가 들어 내장 기관과 생식기 기관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가 약해지면서 여러 기관들을 받쳐주지 못하고 아래쪽으로 처져서 배가 나와 보인다. 이때는 플랭크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코르셋을 입지 않았거나 오래된 코르셋을 입은 경우다. 남편 몰래 ‘신상’을 준비하고 아침에 코르셋 입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면 전날 저녁에 미리 입고 자면 된다.
 
자기 전에 남편 바가지 한 번 긁고, 코르셋 입고 3분만 플랭크 운동을 하면 세 가지가 한 방에 해결된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채소를 늘려라
 
다이어트를 하든 하지 않든 여러 종류의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다. 가능한 한 매끼 채소를 먹도록 노력한다. 한 글자짜리 음식인 밥, 빵, 면, 떡, 전 등과 설탕이 들어간 음식은 무조건 줄인다. 쌀국수나 떡은 가루로 만들어져 혈당으로 빨리 분해되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흰밥이나 흰 빵보다 잡곡이나 현미, 통밀이 좋지만 체질에 따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과일은 블루베리, 블랙베리 같은 베리 종류나 자몽, 배, 사과 등이 좋고, 바나나나 망고 같은 열대성 과일과 말린 과일은 피한다. 일일 과일 섭취량은 보통 크기의 사과 반 개 정도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그대로 먹는다. 전분이 많은 고구마나 야생 참마는 적당히 먹고, 옥수수, 감자 등은 피한다.
 
한 글자짜리는 다 조심해야 한다. 밥, 빵, 면, 떡, 전, 당, 뽕...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 여러 종류의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채소에는 비타민과 미네랄뿐만 아니라, 건강에 매우 중요한 파이토케미컬이란 들어 있다. 그런데 사람이 채소를 생으로 먹으면 이런 성분들이 거의 흡수가 안 된다. 이런 성분들은 셀룰로오스라는 단단한 세포막 안에 있는데 초식동물과 달리 사람에겐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효소나 박테리아가 없기 때문이다. 즉 건강에 좋다고 무조건 생채소나 야채 주스를 먹기보다는 물에 삶거나 찌거나 기름에 볶아 먹는 것이 좋다. 물론 채소를 익히면 일부 비타민은 파괴될 수 있지만 다른 영양소는 더 잘 흡수되고 부족한 성분은 다른 음식이나 영양제로 보충할 수 있다. 그리고 조리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줄어들기도 한다.
 
또 조심할 부분이 유기농이나 자연 재배 작물이 아닌 일반 채소를 많이 먹으면 잔류 농약이나 질소를 더 섭취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실 유기농 채소도 100% 신뢰하기 어렵고, 자연 재배 채소는 공급량이 적어 현실적으로 구하기가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믿을 만한 농장이나 업체에서 제공하는 유기농 채소를 먹거나 집에서 직접 길러 먹는 것이다. 유기농 채소는 국가 기관 인증을 받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지만, 최근 가짜 친환경 농산물이 시중에 나와 있어 조심해야 한다. 가능한 한 무농약 유기농 채소를 먹고 일반 제품을 먹을 때는 껍질을 벗겨내거나 껍질을 잘 씻은 뒤 먹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유기 농산물이 비싸다고 불평하는데 사실 일반 농산물이 너무 싼 것이다.
 
인생이나 채소나 날로 먹으면 안 된다.
 
식물의 위대함: 파이토케미컬 
 
식물성 화합물로 번역되는 파이토케미컬은 비타민도 아니고 미네랄도 아니고 열량을 내는 에너지원도 아니지만 식물이 강려한 햇빛, 끊임없는 곤충, 곰팡이, 바이러스, 공해 등 환경의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그래서 사람이 이런 물질을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파이토케미컬의 주요 효과는 항염, 항균, 항산화, 발암 물질 억제 등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표적인 파이토케미컬 성분과 종류로는 카로티노이드(고구마, 당근, 토마토, 멜론, 양배추 등), 플라보노이드(감귤류, 사과, 포도, 차 등), 엘래그산(딸기, 포도, 라즈베리, 사과 등), 페놀산(귤, 통곡류, 베리, 토마토, 고추, 파슬리, 당근, 녹색 채소, 호박 등), 인돌(브루콜리, 양배추, 케일 등), 리그난(아마씨, 딸기류, 통곡류), 사포닌(마늘, 양파, 대두, 콩과식물), 단백질 분해 효소 억제 물질(대두), 테르펜(귤, 레몬, 자몽), 캡사이신(고추, 후추), 쿠마린(대두, 감귤류, 녹색 채소, 오이, 호박, 멜론, 파슬리, 녹차 등), 이소플라본(두부, 두유, 대두 등), 유기황 화합물(마늘, 양파, 부추, 골파 등), 파이토스테로(통곡류, 대두) 등이 있다.
 
지금까지 25만 종 이상의 식물 중에서 단지 1%의 파이토케미컬만 알려져 있다. 건강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섭취하면 좋다.
 
채식주의보다 채식 위주 
 
채식주의가 인기를 끌면서 간혹 육식이 병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초식등몰이나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을 하지 않아서 병에 쉽게 안 걸리는 것일까?  오랫동안 육식을 해온 식생활과 음식 문화는 모두 잘못된 것일까?
 
농경 문화의 역사는 길게 잡아야 만 년이지만 그 이전에 인류는 오랜 세월 수렵과 채집을 하며 동물성 음식을 먹고 생존해왔다 농경 문화 시대 이후 오히려 건강이 더 나빠졌다는 증거가 많다. 채식주의자들은 식생활뿐 아니라 건강에 좋은 여러 가지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채식이 건강에 더 좋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사람은 육식동물에 더 가깝다. 사냥에 필요한 전방을 주시하는 눈, 수직 이동하는 턱 구조와 송곳니, 단백질 소화에 필요한 쓸개즙과 위산 분비, 초식동물의 소화를 돕는 장내 미생물이 없는 점 등은 모두 육식동물의 특징이다. 초식동물은 고기를 먹지 않지만 장내 미생물이 단백질을 만들기 때문에 근육이 생긴다. 극단적인 채식을 실천하면 비타민 B12, A, D, 철분, 아연, 오메가3 지방산 등이 부족해질 수 있다. 그래서 영양제난 심한 경우에는 주사 시술을 통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야 한다.
 
필자는 채식주의가 아니라 채식 위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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