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
[김민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후 처음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하려는 여당의 시도를 ‘졸속 입법’ ‘법치 말살’로 규정하고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윤 총장은 검수완박에 대해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 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며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국회와 접촉면을 넓히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는 질문에 대해 윤 총장은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라며 “검찰이 필요하다면 국회에 가서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국회와 접촉면을 넓힌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해서 될 일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총장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해 기소권만 남기게 하려는 여당의 움직임을 문제 삼았다.
 
그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라며 "직접 법정에서 공방을 벌인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된 수사도 할 수 있고 공소유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다면 유죄 판결을 받기 어려운 사건까지 불필요하게 수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인권침해다"고 말했다.
 
또 "수사와 공소유지가 일체가 돼 움직이지 않으면 법 집행이 안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면서 "지금 검찰을 정부법무공단처럼 만들려 하는데, 이는 검찰권의 약화가 아니라 검찰 폐지다"고 했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 때문에 이러한 입법이 추진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의미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윤 총장은 “종전까지는 검찰에 박수를 쳐 왔는데, 근자의 일(현 정부 비리 수사)로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면야 내가 할 말이 없다”며 “검찰은 진영이 없고 똑같은 방식으로 일해 왔다. 법정에서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다”라고 했다.
 
윤 총장은 "개인적인 고충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하다 보면 징계도 먹고 좌천도 받지만, 그것은 거대 이권을 수사한 결과 검사에게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검찰을 폐지하는 일에 비하겠는가"라며 "전국의 검사들이 분노하며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부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대해 "임기를 4개월 남긴 검찰총장의 말씀"이라고 밝혔다.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이 중수청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신 대변인은 "국회의 역할은 충실히 진행할 것"이라며 "수사권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와 공정한 검찰, 국민을 위한 검찰을 만드는 과정을 충실히 입법과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개혁 반대 입장에 대해 "정권과 검찰과의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국민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막무가내로 만들어서 검찰을 완전히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려는 정의의 칼날을 막고자, 칼을 쥔 장수를 갈아치우려다 안 되니 군대를 재편성하려 하고, 그것도 안 되니 결국 군대를 폐지하고 다른 군대를 세우려는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횡포"라며 "정권의 입법 독주는 반드시 역사가 단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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