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들어서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기이고, 내년 3월 9일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이다. 
 
윤 총장 사의 표명이 있고 난 뒤 1시간15분 만에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 소식을 전했다. 오는 7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 총장 사표를 속전속결로 수리한 이면에는 윤 총장 행위를 사실상의 '정치적 행위'로 인식하고 더 이상 재가를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반영됐다. 사의 수용 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짧은 브리핑을 했던 것도 윤 총장 사의에 크게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로써 “우리 윤 총장”이라며 파격 기용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 총장과의 관계도 '악연'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이어 윤총장은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윤 총장의 발언중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대목은 정치 참여 의지를 내비쳤다는데 이의가 없다. 단순한 사의 표명이 아니라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 표명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신현수 민정수석 후임으로 김진국(59)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 수용의 연장선으로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의 신속한 진화로 풀이된다.
 
문제는 진화의 시점이다. 작금의 상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빼돌려 신도시 땅 투기를 한 의혹에 이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일가의 토지매입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총장의 사퇴가 현 정국에 '찻잔 속에 태풍'으로 그칠지 정치 판을 바꾸는 태풍이 될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치 시계는 '문재인의 시간'이 아닌 '윤석열의 시간'으로 흐르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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