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 3살 딸 숨지게 한 20대 친모, 검찰 송치
[신소희 기자]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A(49)씨의 닫혀진 입은 언제쯤 열릴까.
 
경찰 관계자는 12일 "유전자(DNA) 검사 결과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가 죽은 아이의 친모로 밝혀졌지만 A씨는 여전히 '죽은 아이는 내 딸이 낳은 아이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은 아이와 바꿔치기 된 또 다른 아이의 행방에 대해서도 A씨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의 열쇠는 전적으로 A씨가 쥐고 있다고 보고 A씨의 입을 여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A씨 접촉자 중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 남성들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며 A씨를 압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내연남이라는 표현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협조 요청 방식으로 의심스러운 남성들 중 일부를 특정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지목한 내연남 2명을 상대로 DNA 검사를 했으나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은 감쪽같이 사라진 '진짜 손녀'를 찾기 위해 산파와 위탁모 등을 공개적으로 찾고 있다.
 
이날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진 A씨(49)가 '친모'로 밝혀지면서 A씨의 딸 B씨(22)가 낳은 '진짜 손녀'를 찾기 위해 경찰은 구미시와 적극적으로 공조하기로 했다.
 
B씨가 낳은 아이의 출산 기록과 출생 신고는 돼 있지만 A씨의 출산 기록과 출생 신고는 없는 점에 주목한 경찰이 구미시와의 공조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임신을 하거나 아이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면 임신 여부를 확인하거나 초음파 검사 등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와 관련한 기록이 전혀 없다"며 "A씨가 산부인과 등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B씨의 경우 출산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산후조리원에서 일정 기간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출생 신고 후에는 매월 아동수당까지 받아 왔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딸 B씨가 출산한 아이와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은 '언니'였던 셈인 B씨는 친정 엄마가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알고 양육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혼한 B씨는 "전 남편의 아이라서 보기 싫다" 며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했으며 B씨가 출산한 진짜 아이의 소재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출산 사실을 남편 등에게 감추기 위해 A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손녀로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진짜 손녀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도착한 직후 '숨진 아이가 본인의 딸이 맞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제 딸(B씨)이 낳은 딸이 맞다"며 자신은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본인이 낳은 딸은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에도 "전 딸을 낳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유전자 검사 결과와는 전혀 다르다. 국과수는 사건 발생 직후 숨진 3살 여아, 당초 친모로 알려졌던 B씨와 이혼한 전 남편,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 등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숨진 여아와 A씨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가 아니라 친모로 드러난 것이다.
 
국과수는 너무나 황당한 이 같은 사실에 2·3차 정밀검사와 확인을 거쳐 이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친모 A씨에게 '숨진 여아가 당신의 딸이 아니고 A씨의 딸이다'라며 유전자 검사 결과를 알려줬지만 B씨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B씨의 이 같은 행동은 숨진 여아가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철석 같이 믿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알리고 싶지 않은 친정엄마 A씨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수사당국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과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감안할 때 임신과 출산 시기가 B씨와 비슷했던 A씨가 자신의 아이를 B씨의 아이와 바꿔치기 했다는 의심을 굳히고 있다.
 
A씨와 B씨가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했고, 한 아이가 사라졌지만 가족들이 함께 찾는 데 힘을 모으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바꿔치기된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외할머니인 A씨 외에는 모른다"며 "A씨로부터 약취한 아이의 행방에 대해 자백을 받고 그 아이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