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권거래소 정면 장식한 쿠팡 배너
[정재원 기자] 쿠팡이 사상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최근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락업 해제에 따른 지분 출회 우려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쿠팡과 골드만삭스 간의 랍업 계약에는 예외조항이 많아 지속해서 지분이 출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서학개미들의 손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18일 뉴시스가 전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입성한 쿠팡은 최근 2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6.58% 하락한데 이어 17일 8.15% 급락해 주당 43.29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종가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한때 43.19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화려하게 뉴욕증시에 입성했던 쿠팡이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락업 해제 때문이다. 락업은 국내 증시에서의 의무보호예수 계약과 같이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최대주주 및 초기 지분 투자자들의 지분이 상장 직후 쏟아지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락업 계약을 한 쿠팡 주주 및 초기 지분 투자자들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지분율 33.1%)와 그린옥스캐피탈(16.6%), 그린옥스캐피탈의 창업자인 닐 메타(16.6%), 김범석 의장(10.2%) 등이 있다.
 
다만 쿠팡은 다양한 락업 예외조항을 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EDGAR)에 따르면 쿠팡과 골드만삭스는 상장 후 6거래일인 18일(현지시간)에 지난해 말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6,570만 주 가운데 3,400만 주를 매도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는 전체 주식 수(17억1,514만 주)의 2% 수준이나, 최근 거래량을 감안하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쿠팡은 상장 첫날 9,144만 주가 거래됐지만 이틀째인 지난 12일 3,053만 주로 거래가 급감했고, 이후 1,450만~1,740만 주의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 즉, 평균 거래량의 2배 이상 되는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예외조항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형투자자들도 락업 해제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쿠팡의 주가가 공모가(35달러) 대비 33% 이상 높을 경우, 상장 12일 이후부터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재무결과 발표 후 4영업일에 임직원이 보유한 잔여 물량 2,460만  주를 매도할 수 있도록 했고, 김범석 의장과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 중 70만 주도 이날 풀릴 수 있다. 즉, 오는 5월까지 지속적으로 락업이 해제될 수 있다는 점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쿠팡 주식을 집중 매수했던 서학개미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상장 직후부터 지난 17일까지 쿠팡 주식 6,875만 달러(약 772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애플(5,724만 달러)과 테슬라(5,615만 달러) 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학개미들 대부분이 15일(현지시간)부터 순매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3%에서 14%의 마이너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쿠팡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또 공모가 아래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 상장했던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의 주가도 상장 이후 초기 1년 동안 공모가를 하회한 경우가 많지 않은 편이었고, 공모가 대비 수익률도 높은 편이었다"며 "쿠팡의 공모가가 주가의 하한선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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