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정치나 종교 문제에 대하여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 심장이 요동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과는 토론이 불가능하다. 심장이 요동치면 두뇌는 멈추기 때문이다."
 
한 세기 전, 독일의 정치가이자 사회학자인 로베르트 미헬스의 말이다. 그의 학문영역은 정당·조합·대중사회·내셔널리즘에서 우생학 ·성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그의 대표적 저서이자 지금도 정치학 입문서로 통하는 <정당론>에서 과두제를 정당의 맹점으로 지목한 것은 지금 보아도 통찰이다. 그것은 오늘의 한국 정치에서도 적확한 지적이 된다. 국내 정당의 당원과 조직은 한낱 지도부의 뜻을 추인하는 거수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민주당은 6년 전 참신한 개혁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책임 불공천’ 당헌마저 뭉개버리고 서울과 부산에 4.7 재보선 후보를 냈다. 당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당은 ‘열정적 소수’가 결정을 주도했다. 서로의 의견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이 정당이건만 180석의 공룡은 '일사불란'을 외치며 막장극을 연출했다.
 
로베르트 미헬스의 지적처럼 '심장은 요동치지만 두뇌는 멈춘 채 시쳇말로 '까라면 까는 당'의 진면목을 연출했다. 그렇게 국민과의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지만 4.7 보선에 앞서 윤석열이라는 범이 내려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불과 18일 남은 4·7 재보궐선거, 본격적으로 달려야 할 시점이지만 민주당의 위기감이 팽배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자마자 지지율 1위로 뛰어오르며 정권 심판 정서가 얼마나 큰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실체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법과 절차를 어기며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치, 부동산 투기와 성비위 등에 대한 내로남불식 대응에 국민들은 지쳤다.
 
급기야 지난해 8월 당대표 임기를 마치고 칩거하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방수'로 등장했다. 작금의 상황이 위기라는 판단에서다. 
 
이 전 대표는 1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과 관련해 "거짓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 공직자의 기본이 안 돼 있다. 국장에게 전결권이 있었다는 것은 행정을 전혀 모르거나, 뻔뻔하거나 둘 중 하나"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대해 "우리는 관리를 잘못한 일이지만 오세훈 후보는 자기가 한 일이니, 차원이 다르다"라며 "이것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20년 집권’을 주장한 '상왕(上王)'답게 훈수와 함께 상황 정리(?)를 시작했다. 
 
여기에 화답하듯 이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야권이 최소한의 견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다수 국민의 마음과 달리 쳐다보기 민망한 '쇼'를 펼쳤다. 시쳇말로 '꼴값들 하고 있네'란 말이 절로 나온다.
 
봄비 내리는 주말, 왠지 국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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