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2016년 12월 3일)
[정재원 기자] 지난 2016년 12월 3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파견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연수원 23기)가 서울 반포동에 있는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박영수 특검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곳이다. 
 
두 사람이 이날 자리를 함께한 것은 수사팀 구성과 향후 수사방향·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실제 박 특검이 앞서 1일 윤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지명한 뒤 두 사람이 공식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박 특검은 특히 파견검사 인선 과정에 윤 검사의 의견을 깊이 경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견검사를 통솔하고 수사 실무를 책임지는 수사팀장으로서 호흡이 잘 맞는 인물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직책에도 없는 ‘수사팀장’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만큼 윤 수사팀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은 '검사 윤석열'이 국민 앞에 첫 모습을 드러낸 날이기도 했다.
 
윤 검사는 전날(2일) '현 정권을 상대로 보복수사의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사가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답해 그의 등장에 관심이 쏠린 터다.
 
윤 검사는 1991년 서른한 살에 사시에 늦깎이 합격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대학 1년 후배인데 사시는 7년 늦다. 하지만 검사 초년병 때 서울지검 특수부에 발탁돼 대형 사건 수사를 많이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중수부 1과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두 차례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겨눴다. 처음은 2003~2004년 대선 자금 수사였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남기춘 중수부 1과장 등과 함께 노무현·이회창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을 파헤쳤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소신있는 말로 세상을 감동시킨 바 있는 윤 검사는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 개입 사건'(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국정원 사건 수사에 매진하던 도중 수사팀에서 배제됐고, 한직으로 좌천된 뒤 2013년 10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사건 당시 수사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했다. 
 
윤 검사는 당시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려고 하자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을 도와줄 일 있느냐'며 격노했다"며 "조 지검장은 체포한 국정원 직원을 석방하고 압수물을 돌려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윤 검사의 폭로에 대해 "이런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믿고 국민이 안심하고 사는지 걱정된다"며 "세간에 조폭보다 못한 조직으로, 이것이 무슨 꼴이냐. 증인은 조직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윤 검사의 폭로를 단순 '항명'으로 치부한 질문이었다. 
 
이에 윤 검사는 "대단히 사랑한다"고 말했고, 정 의원이 "사람(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으면서 윤 검사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발언을 하게 됐다. 
 
또 윤 검사는 "위법한 지휘, 감독은 따를 필요가 없다. 누가 봐도 위법한 지시가 내려왔을 때 그것에 이의제기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어떻게 따르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사 외압의 주체에 황교안 국무총리(당시 법무부 장관)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도 당당하게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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