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전 교수
[정재원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그동안 얼마나 방자하게 굴었으면, 세상에, 그 불가능하다는 일이 현실이 되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져도 참 더럽게 졌다”라고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8일 신동아〈진중권의 인사이트〉를 통해 "그들에 대한 나의 마지막 충고는 ‘원칙 있는 패배를 받아들이라’는 것.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선거라면 표차라도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과오를 겸허히 인정하고 죄값을 치르는 마음으로 되도록 깨끗한 선거전을 벌였어야 한다. 그런데 끝까지 이겨보겠다고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를 시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애초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귀책사유가 자기 당에 있는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뒤엎고 후보를 낸 것 자체가 문제였다. 머리에 든 거라고는 오직 이번 보선이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정략적 계산뿐. 반성할 줄 모르고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에 유권자들이 표를 줄 거라 기대한 것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사실상 선거대책본부 노릇을 했으니 한심한 일이다. 그 음모론자의 지휘 아래 후보와 당과 지지자들이 한 몸이 되어 미심쩍은 익명의 증인들을 앞세워 유권자를 기만하려 했다. 그런 공작과 조작으로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돌려놓을 수 있다고 믿다니, 얼마나 오만하게 미련하고, 방자하게 멍청한가."라고 비꼬았다.
 
 진 전 교수는 "선거 참패로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주자로서 이미 아웃 당한 셈이다. 차기 주자라면 당이 그릇된 길을 갈 때 제동을 걸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당내의 친문 주류와 타협을 했고, 그들의 강경노선에 편승해 당의 궤도를 수정할 기회를 놓쳐 버렸다. 그 자체가 차기주자로서는 실격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민주당의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국민의힘이다. 이번 선거로 심판의 심리는 어느 정도 충족됐다.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는 메모지가 바람에 떠밀려 벽에 간신히 붙어 있는 것에 가깝다. 바람이 멈추면 메모지는 벽에서 떨어진다. 그런데도 한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하게 굴면, 민주당은 보란 듯이 다시 회생할 것"이라 했다.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놓았다. 그는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문제만 드러낸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이 아직 충분히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오세훈 후보의 콘텐츠는 시장 그만두던 그 시점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을 “치매환자”라 불러놓고 “대통령에게 그 정도 얘기도 못하느냐”고 따진다. 그 표현 자체가 장애인 차별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라고 충고했다.
 
 진 전 교수는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불편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오세훈 대신에 막대기를 출마시켰다면 아마 표차는 더 컸을 것이다. 아울러 대선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선의 경우 유권자들은 그저 과거를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투표장을 찾는다. 이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어면서 "그동안 국민의힘은 부족하나마 변화하려고 나름 애써왔다. 이번에 2030과 중도층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은 바로 그 노력을 가상히 봐주었기 때문이리라. 겨우 4연패의 고리를 끊었다. 승리의 공식은 분명하다. 과거의 오류를 철저히 반성하고, 당의 체질을 과감히 바꾸고, 무엇보다 낙후한 콘텐츠를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한편 진 전 교수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생태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생태탕. 집권여당 전체가 달려들 정도로 중요한 존재라는 걸 누구나 알게 됐으니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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