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심일보 대기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극작가는 셰익스피어요, 가장 유명한 소설가는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라는 말이 있다. 소설가 이관순은 "돈키호테 하면 곧잘 권력의 중심에서 이성적 판단력을 갖춘 햄릿(형)과 대칭된 인간유형으로 비교되곤 한다"고 했다.
 
“돈키호테 이후의 소설은 이 소설을 다시 썼거나 그 일부를 쓴 것” 이라거나 “미래의 작가들이 쓰고 싶은 내용을 수백 년 전에 다 써놓았다”고 할 만큼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스페인에서는 국민문학으로, 성경 다음 많이 읽히는 책으로 소개되고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혁명을 꿈꾼 사람들은 돈키호테 취급을 받는다. 현실감이 없는 허무맹랑한 인물로 비쳤던 돈키호테가 다시 현대사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관순은 "박정희, 정주영이 그랬고,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새로운 것에 배고파하고 우직하게 살자(Stay hungry, Stay foolish)”고 연설한 스티브잡스가 그런 사람들이라고 했다.
 
"조상대대로 내려온 낡은 갑옷을 꺼내 입고, 늙고 초라한 말에 올라탔다. 이 모험 길에 이웃인 산초 판사가 따라나선다. 그의 모험은 끊임없는 좌충우돌에 고난의 연속이다. 그 유명한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돌진하고, 지나는 양떼와 목동에게 역사적 전투라고 선포했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놋대야를 황금 투구로 생각하고 이를 쟁취하려는 한다"
 
모습은 영락없는 미친 사람이다. 어떤 이는 그의 멍청함에 읽던 책을 덮기도 하고, 누구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무엇을 담았기에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걸까. 돈키호테는 자신의 생명을 이상과 정의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다. 이관순은 "이웃과 현재를 위해 헌신하는 희생의 화신이고, 옳다고 믿는 일엔 망설임 없이 저돌적으로 나서는 행동주의자"라고 했다.
 
이러한 성향은 그의 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
 
고려대 안영옥 교수가 쓴 ‘돈키호테의 말’이란 책이 있다. 국내 최초로 돈키호테 완역본을 펴낸 안 교수가 돈키호테가 남긴 지혜의 글귀에다 자신의 생각을 얹어 펴낸 이 책에서 필자는 "낡은 갑옷에 구부러진 창을 들고 늙은 말 위에 올라탄 주인공의 이미지는 자신의 신념과 꿈을 좇아 돌진하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심약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준다"고 했다.
 
나는 윤석열의 등장을 보면서 돈키호테를 떠올렸다. 그의 행동이 다소 무모하고 저돌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를 향해 조소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고 반면 그의 용기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윤석열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낡은 갑옷을 꺼내 입고, 늙고 초라한 말'에 올라탔다. 아마도 그는 자신을 향한 시선에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 싶다.
 
"누가 미친 거요? 장차 이룩할 세상을 상상하는 내가 미친 거요, 세상에 있는 것만 보는 사람이 미친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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