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동문광장에서 집중유세를 열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국민의힘이 4·7 보궐선거에서 ‘이대녀(20대 여성)’ 표를 얻지 못한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글을 언급하며 “야당은 태영호의 길을 가라”고 칼럼에서 강조하자, 모든 것이 보좌진 덕분이라고 그 공을 돌렸다.
 
앞서 이날 진중권 전 교수는 한 언론에 "태영호만 제정신이다…'이대녀'를 보는 여야의 착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칼럼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패배를 두고 엇갈린 분석을 내놓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태 의원을 비교하며, “이준석은 틀렸고 태영호가 옳다. 야당은 태영호의 길을 가라”고 주문했다.
 
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태영호가 제정신이다’라는 평가보다는 ‘태영호 보좌진이 제정신이다’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평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태 의원은 지난 9일 SNS 글에서 20·30의 표심이 국민의힘을 향한 것에 대해, 20대 남성의 우편향이나 보수화 또는 야당지지 성향이 커졌다고 보는 건 곤란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한 뒤, ‘민주당 지지 철회’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청년들의 고충인 취업, 주택, 공정 등 문제에서 정책·구조적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며 “청년들은 단순히 눈물을 닦아줄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책적 변화와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여당의 기대와 달랐던 데서 오는 실망감 표출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거듭 이번 선거의 결과를 강조한 뒤, “자만하지 말고 왜 20대 여성들의 표심을 얻지 못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태영호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태영호의 숨겨진 이야기] “태영호가 제정신이다”라는 평가보다는 “태영호 보좌진이 제정신이다.”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평가, “나는 지금 북한식 표현으로 ‘우리까이’하고 있는 중”
 
오늘 아침 중앙일보에 진중권 교수의 “태영호만 제정신이다‘라는 글이 실렸다. 진중권 교수는 ”야당은 태영호의 길을 가라“라고 주문했다. 진중권 교수는 ” 20대의 마음을 이끌었다는 안도보다는, 왜 여전히 ‘이대녀’들의 표심을 얻지 못했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라고 한 내 페북 글도 다시 인용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이 나보고 어떻게 북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랩, 막춤, 태록홈즈, 먹방 소통 라이브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장 선거 지원 유세를 할 수 있었는지, 선거 후 20대 여성들의 표심과 관련한 감각은 어디서 얻었는지 물어본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쑥스럽다. 북에서 온 지 5년 차밖에 안 되고 내년에는 60세가 되는 나에게서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 그러니 사람들이 더욱 신기할 수밖에 없다. 
 
나의 특허권이란 오직 항상 보좌진과 소통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천해 보는 것뿐이다. 나의 의원실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 있다. 다행히 나는 59세로서 유일하게 50대 후반에 속한다. 나는 이번 시장 선거 지원 유세 시 출퇴근, 점심시간이 오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을 찾아가 목이 터져라 정부와 여당을 질타했다.
 
그런데 20대 비서들이 내 연설을 들어봐야 신문 사설을 그대로 반복하는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것뿐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별로 쳐다보지 않는다면서 좀 즐겁고 유쾌한 선거운동 방식으로 일단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대다수 정치인은 관행에 젖어 있지만 20대 보좌진은 실용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내가 페북에 “이번 선거를 통해 20대 여성들의 표심을 얻지 못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올린 글도 사실 내 아이디어가 아니다. 아침에 국회로 출근하면서 보니 서울 시당에서 각 사거리에 게첩한 현수막에 오세훈 시장이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 현수막을 보면서 나는 이러한 표현이 적중한지 의문이 들었다.
 
국회에 도착하여 ‘청년들은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책대안을 요구한다’라는 주제로 초안을 써서 보좌진 단톡방에 올리니 20대 여성 비서가 글의 방향을 “왜 20대 여성의 표심을 얻지 못했는지”로 바꾸자고 했다. 한국에서는 기자들이 다른 신문사의 기사 내용 중 핵심을 약간 돌려서 쓰는 것을 ‘우라까이’라고 한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완전히 뒤집는다, 계획을 처음부터 완전히 바꾼다는 표현이 ‘우라까이’이다.
 
나는 지금 보좌진의 요구에 순응하면서 북한식 표현으로 본다면 ‘우리까이’하고 있는 중이다. 국민과의 소통에서 첫걸음은 보좌진과의 소통이다.
 
2021년 4월 21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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